변칙 투구로 2경기서 2승 ERA 2.77
영리한 KBO 타자 상대하기 위한 선택
kt 위즈 새 외국인 투수 슈가 레이 마리몬(28)이 첫 2경기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연착륙하고 있다. 그 비결에는 역시 ‘변칙 투구’가 있었다.

kt가 시즌 초 외국인 투수 덕을 보고 있다. 마리몬을 비롯해 요한 피노, 트래비스 밴와트가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승을 챙겼다. 특히 마리몬은 4월 1일 SK(인천)와의 개막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첫 승을 따낸 데 이어 8일 수원 KIA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첫 경기보다 더 안정된 모습이었다.
마리몬은 요한 피노, 트래비스 밴와트에 비해 제구에는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조범현 감독은 “볼에 힘은 있다. 문제는 제구력이다. 변화구 구사가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1일 경기서 의외로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4실점을 마크했다. 팀 타선이 폭발하면서 승리까지 챙겼다. 제구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변칙 투구는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왼 발을 높게 들었다가, 때로는 슬라이드 스텝으로 공을 던졌다. 8일 KIA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리몬은 예측할 수 없는 변칙 투구로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KIA 타자들은 의외의 빠른 폼에 타격 폼이 무너지기도 했다.
마리몬은 이날 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거의 매 이닝 위기를 맞았지만 제구가 연달아 무너지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집중하며 7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KIA가 에이스 양현종을 내세웠지만 마리몬이 우위를 점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마리몬이 미국에서 변칙 투구를 이 정도로 많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 마리몬은 경기 후 “미국에서도 변칙 투구를 했지만 지금처럼 많이 사용하진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스타일이 다르다. 공을 많이 보고 콘택트 능력이 좋다. 그래서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더 많이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KBO리그의 빠른 적응을 위한 무기인 셈이다.
마리몬은 “한국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 잘 속지 않는다. 타자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 준비를 하지 않으면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준비하고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KIA 타자들은 타이밍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타임을 불렀다. 그러나 마리몬은 “그건 개의치 않는다. 타자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줄 수 있다. 내 피칭 리듬만 생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