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0, 미네소타)의 메이저리그(MLB) 첫 홈런에 그리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조지마 겐지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 선수 첫 시즌 MLB 최다 홈런 경신을 향한 발걸음도 시작했다.
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6번 지명타자로 출전,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캔자스시티 셋업맨 호아킴 소리아의 79마일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MLB 진출 이후 첫 홈런이다.
이날 첫 타석에서 담장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날렸으나 아쉽게 잡힌 박병호는 끝내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MLB 데뷔 홈런을 터뜨렸다. MLB 4경기 만에 나온 홈런이다. 타율이 썩 좋지 않았던 박병호는 이날 홈런과 함께 확실한 기분 전환을 함과 동시에 향후 가파른 상승세를 예고했다.

홈런에 대한 기다림이 길다면 선수도 초조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에 홈런이 나왔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빠른 페이스다. 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단연 빠르고, 아시아 홈런왕 출신으로 MLB에 진출한 마쓰이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홈런이 나왔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2003년 MLB로 건너간 마쓰이는 당시 시즌 초반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개막 후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홈런은 없었다. 첫 홈런은 7번째 경기였던 2003년 4월 9일 미네소타전에서 나왔다. 이후 마쓰이는 상대 투수들의 견제 속에 4월에는 2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가 붙었고 결국 시즌 163경기에서 16홈런, 10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8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마쓰이는 이듬해 31개의 홈런을 치며 확실한 거포로 인정받았고 2012년까지 MLB에서 뛰며 통산 175홈런을 쳤다.
그러나 박병호는 마쓰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홈런을 터뜨렸다. 두 선수의 객관적인 기량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박병호가 마쓰이는 물론 2006년 조지마 겐지가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기록한 아시아 선수 데뷔 시즌 최다 홈런(18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더 커지게 됐다. 미 언론이나 프로젝션들은 박병호가 올해 25개 정도의 홈런을 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