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에서 꽉 막힌 혈을 뚫어준 명의는 역시 ‘캡틴’ 강민호(31)였다. 캡틴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강민호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6회말 쐐기 만루포 포함해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으로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롯데는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득점권 기회를 맞이했지만 점수가 시원스럽게 나지 않았다. 1회말 무사 1,2루 2회말 1사 1,2루 5회말 무사 만루에서 각각 1점씩을 뽑아냈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었다.

아울러 5회까지 선발 전원 안타(시즌 2번째)를 기록하면서도 9개의 잔루를 남기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불안한 1점 차 리드를 안고 있는 가운데서 롯데는 6회말에 돌입했다. 6회말 롯데는 2사후 손아섭과 최준석의 안타, 그리고 황재균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강민호가 들어섰다. 잔루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느냐, 아니면 점수 차를 더 벌리느냐 기로에 섰다.
그러나 강민호는 시원하게 잔루의 악몽을 지워버렸다. 강민호는 1볼에서 권오준의 2구 바깥쪽 가운데로 들어오는 140km 빠른공을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답답하게 막혔던 공격의 혈을 시원하게 뚫어버리는 만루포였다. 강민호 자신의 통산 10번째 만루 홈런. 지난해에도 4개의 만루 홈런을 때려내며 ‘만루의 사나이’ 칭호를 얻은 그는 올해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강민호의 존재감은 홈플레이트 뒤에서도 빛났다. 강민호는 이날 고비마다 베이스를 노리던 삼성의 주자들을 저격했다.
3회초, 송승준의 보크 등으로 어수선하게 만들어진 무사 1,2루 위기에서 강민호는 런 앤 히트 사인이 걸린 삼성의 2루 주자 김상수를 3루에서 잡아냈다. 타자였던 박한이는 삼진으로 처리됐다. 후속 타자 발디리스에게 적시타를 내줬지만 일단 강민호의 도루 저지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안고 있던 6회초 1사 1루 상황에서도 2루를 노리던 백상원을 정확한 송구로 잡아내며 주자를 모두 없앴다. 슬라이드 스텝이 느린 언더핸드 정대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진루를 억제했다.
결국 6회초 좋은 수비 이후에 6회말, 만루 홈런이라는 좋은 타격으로 이어지며 팀의 승리를 이끈 히어로가 됐다. ‘캡틴’의 존재감은 롯데의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