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우,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대폭발
포지션 없는 지명타자 핸디캡 극복위한 기회
LG 트윈스 좌타자 서상우(27)의 포지션은 지명타자다. 서상우는 대학교까지 포수를 봤고, 올 시즌 KBO에는 내야수로 등록됐지만, 현재 진짜 포지션은 없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거나 찬스에서 대타로 나서는 게 서상우의 역할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서상우는 타격과 수비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타격에 남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프로에 입단했다. 서용빈 타격코치는 서상우가 막 입단했던 2012시즌을 돌아보며 “타격 하나는 정말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타고난 장타력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수비는 서상우에게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과제다. 서상우는 지난해 1루수로 포지션 전향을 시도했으나,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외야수로 돌아왔다. 양상문 감독은 “우리 팀 사정을 봤을 때 상우가 1루수로 자리해주면 정말 좋다. 상우가 1루를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야수진의 그림이 확실하게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1루수 정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송구에 애를 먹고 있다. 본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서 가장 편하다는 우익수를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수비에 너무 집중하기 보다는 장점인 타격을 더 살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상우는 지명타자로만 선발 출장, 58경기 159타수 54안타(타율 0.340) 6홈런 22타점 OPS 0.88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올 시즌에도 9타수 4안타(타율 0.444) 1홈런 1타점 OPS 1.556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지난 7일 KIA와 원정경기부터 3일 연속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고, 지난 9일 SK전에선 2루타 포함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게 서상우의 최대 장점이다.
때문에 양상문 감독은 라인업을 짤 때마다 서상우의 기용을 놓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서상우 때문에 박용택을 벤치에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박용택은 지난 10년 동안 KBO리그 타율 2위(0.314)에 자리하고 있다. 1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박용택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한 현역 선수는 빅리그에 진출한 김현수(타율 0.318) 뿐이다. 박용택은 지난해에도 팀 내 최고 타율(0.326)과 최다 홈런(18개), 최다 타점(83)을 찍었다. LG 타선에서 박용택보다 성공확률이 높은 카드는 없다.
일단 당분간은 서상우가 선발 출장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LG는 주전 중견수 임훈이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되면서 외야진에 변화가 생겼다. 지명타자로 출장해온 박용택이 좌익수로 나서고, 서상우가 지명타자로 자리한다. 좌익수에 자리한 이병규(7번)는 우익수로, 중견수 자리에는 이천웅이나 채은성이 들어간다. 외야수비가 약해질 수 있으나, 더 나은 공격력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경기 후반 리드시에는 수비강화를 위해 안익훈을 투입한다.
결국 서상우에게는 지금이 최고의 기회다. 지명타자로서 활약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박용택과 서상우의 공존이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좌투수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서상우는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로 OPS 1.071, 우투수를 상대로 OPS 0.937을 기록했으나, 좌투수를 상대했을 때에는 OPS 0.660에 그쳤다. 좌투수와 마주해 장타가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2연패에 빠진 LG는 10일 SK와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좌투수 세든을 상대한다. LG가 좌투수에 맞서 다시 서상우 지명타자 카드를 꺼낼지, 이 경우 서상우가 세든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상우는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세든과 상대한 적이 없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