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은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이원화 전쟁이 무승부로 마감됐다.
포항은 10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전북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4라운드 홈경기서 후반 13분 이동국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종료 직전 심동운의 동점골을 앞세워 1-1로 비겼다.
전북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8을 기록하며 성남(승점 10)과 서울(승점 9)에 이어 3위 자리를 유지했다. 포항은 승점 5로 6위를 지켰다.

전북과 포항 모두 반전이 필요했다.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서 이원화를 꾀했지만 나란히 충격패를 당했다. 전북은 아쉬운 심판 판정 속 빈즈엉(베트남) 원정서 패했다. 포항도 시드니FC(호주) 원정서 무릎을 꿇었다.
두 팀의 이원화는 조금 달랐다.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쓸어담았다. 김보경 김신욱 고무열 김창수 이종호 로페즈 등을 영입하며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아시아와 K리그를 모두 제패하려는 야망이 담겼다.
반면 포항은 모기업 포스코의 철강 산업 침체로 지갑을 닫았다. 오히려 김승대 고무열 신진호 김태수 등 핵심 요원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스틸타카' 왕조를 세웠던 황선홍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포항은 호주 원정길서 젊은 피를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주전 대부분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전북전을 앞두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다만 공격형 미드필더인 문창진이 감기 몸살로 결장한 게 아쉬웠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ACL을 나가는 팀은 누구나 다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빡빡한 일정에 맞춰나가야 한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시드니FC전을 위해 왕복 22시간을 비행한 포항은 전북전을 시작으로 수원(13일, 원정), 상주(16일, 원정)를 잇따라 상대한다. 19일엔 ACL 디펜딩 챔프인 광저우 헝다를 안방으로 초대한다.
반면 전북은 주전 절반 이상이 베트남 원정길에 동참했다. 변화가 불가피했다. 전북은 포항전을 기점으로 인천(13일, 원정), 성남(16일)을 내리 만난 뒤 20일 FC도쿄 원정길에 오른다. 스쿼드가 워낙 두터워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관건은 매번 바뀌는 베스트 일레븐이었다. 경기력에서 아직 물음표를 떼지 못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멤버가 너무 많이 바뀌어 힘들어하는 것 같다. 3경기를 잘 넘기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 ACL을 대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전북은 이날 4-1-4-1을 기본으로 골키퍼부터 권순태, 김창수 최규백 임종은 최철순, 장윤호 이재성 김보경 고무열 로페즈, 이동국이 선발로 나섰다. 좌우측이 모두 가능한 김창수가 휴식이 필요한 최재수를 대신해 좌측면에 나섰다. 장윤호는 부상 중인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의 대체자로 출전했다.
포항은 4-2-3-1을 내세웠다. 수문장부터 신화용, 김대호 배슬기 김광석 박선용, 손준호 황지수 이재원 정원진 심동운, 라자르가 선발 출격했다. 감기 몸살로 빠진 문창진을 대신해 손준호가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수비 능력이 좋은 이재원은 '캡틴' 황지수와 함께 포백을 보호했다.
뚜껑을 열자마자 중대한 변수가 찾아왔다. 포항의 핵심 요원인 손준호가 전북 진영서 착지를 잘못해 오른 무릎이 돌아갔다. 포항은 전반 7분 손준호 대신 측면 자원인 강상우를 투입했다.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심동운이 손준호의 자리를 대신했다.
전북이 작은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동국의 슈팅이 연달아 포항의 골문을 노렸다. 2% 부족했다. 상대 수비수에 맞거나 골키퍼 가슴에 안겼다. 포항도 전반 32분 강상우의 결정적인 슈팅이 권순태의 선방에 막혔다. 45분 전쟁은 0-0으로 끝났다.
양 팀은 후반 이른 시간 변화를 꾀했다. 포항은 강상우 대신 양동현을 투입했다. 전북은 로페즈와 김보경을 빼고 최재수와 김신욱이 들어갔다. 전북이 웃었다. 후반 13분 최재수의 크로스가 선제골의 시발점이 됐다. 이재성이 머리로 정확히 떨궈준 볼을 이동국이 전매특허인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포항의 골네트를 갈랐다.
전북은 경기 막판 김창수가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의 위기를 맞았다. 깊은 태클이 화근이었다. 포항은 종료 1분 전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심동운이었다. 극적인 터닝 슛으로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은 비기고도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잡은 승리를 놓친 전북은 망연자실했다. 변수에 웃고 울었다./dolyng@osen.co.kr
[사진] 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