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던 내용은 아니었다.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나 FC 서울은 미소를 지었다. 변화와 승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서울이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개막전에서 전북 현대에 0-1로 무릎을 꿇었지만, 10일 전남 드래곤즈와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선두 성남 FC와 승점 차는 불과 1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을 병행하는 팀들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서울에 전남전은 고비였다. 서울과 맞대결 전까지 전남은 2무 1패로 첫 승이 없었다. 반등을 위해 동기부여가 잘 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최대한 침착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예상처럼 경기는 쉽지 않았다. 전남의 압박에 서울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힘든 경기를 한 다른 이유는 변화다. 서울은 이날 전까지 K리그 클래식은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일한 선발 명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남을 상대로 서울은 3명을 교체했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이다. 다른 조합을 보고 싶다. 호흡도 길게 가고 싶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매 경기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때보다 부족함이 있었다. 게다가 전남의 수비적인 운영에 돌파할 공간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데얀과 아드리아노도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들기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 서울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6분 아드리아노와 데얀에게 수비진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침투한 이석현이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만들어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후반 31분 배천석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유고비치의 침투 패스 한 방에 수비진이 무너져 배천석이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 최 감독은 "지금까지 보여준 다득점에 매료돼 공격의 중심이 너무 앞에 있었다. 그래서 패스 한 방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과정이 남긴 아쉬움이다. 그러나 서울은 승리라는 결과를 얻었다. 신진호와 고광민 대신 투입된 이석현과 김치우도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에 또 다른 옵션이 생긴 셈이다. 또한 3연승이라는 결과로 상승세를 타게 됐다.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이 바라던 변화와 승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당연했다.
최 감독은 "이석현과 김치우가 그동안 준비를 잘했고, 오늘 승리에 도움이 됐다. 내용은 그렇지만 결과를 가져왔다"며 "선수들의 심신이 힘들 것이다. 그러나 팀이 승리해 분위기가 좋다.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