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안타지만 멀티히트로 자신감 배양
안타 쳐야 한다는 부담감도 첫 경기에 극복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데뷔전에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만들어내며 부담감을 덜어냈다.

김현수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 9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했다. 4경기를 기다린 뒤 팀의 시즌 5번째 경기를 통해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팀의 5-3 승리에도 기여했다. 볼티모어는 개막 5연승.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나는 그가 오늘 3~4안타를 치길 바란다. 그러면 계속해서 우리의 옵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9번타자로 라인업에 들어간 선수가 해내기엔 분명 어려운 과제였다.
이에 한 현지 기자에게 이것이 농담인지 물었으나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주전들의 자리는 확고하고, 김현수가 경쟁자들을 뚫고 선발로 출전할 기회를 좀 더 얻기 위해서는 데뷔전부터 감독의 눈에 띌 만큼 강렬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앞으로도 김현수가 볼티모어 외야 주전멤버를 제치고 주전 좌익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날은 놀란 라이몰드를 대신해 좌익수로 출전한 것인데, 늑골 통증으로 쉬고 있는 애덤 존스가 돌아오면 존스가 중견수에 복귀하고 조이 리카드도 좌익수 위치로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김현수가 설 곳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명타자 자리도 장타력이 검증된 페드로 알바레스가 계속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김현수의 데뷔전만 놓고 보자면 내용은 무난했다. 비록 타구의 질이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첫 타석부터 수준급 투수인 제이크 오도리지를 상대해 내야안타로 출루한 데 이어 득점까지 올렸다. 이후 매니 마차도의 투런홈런이 터졌으니 김현수가 전력 질주로 아웃카운트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공격의 흐름을 끊지 않았다는 것이 긍정적이었다. 또한 멀티히트를 해내며 수비에서도 실책 없이 무난한 플레이를 했다.
그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김현수는 팀이 연승을 하고 있음에도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렸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전 클럽하우스 인터뷰 때 보이는 모습도 편하지 않았고, 집중하고 가까이 다가가야 들릴 만큼 목소리도 작았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팀 승리에 기여하며 동료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된 것은 앞으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내야안타지만 첫 경기에서 안타를 2개나 생산했으니 첫 안타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했다. /nick@osen.co.kr
[사진] 볼티모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