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벽계수는 굽이쳐야 제 멋이고, 봄 벚꽃길 상춘객은 더디 가야 제 맛이다.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는 막히는 도로에서 되레 남는 게 많고, 요즘 같은 꽃 계절에는 가다서다 가는 게 마음에도 좋다.
상춘주행(賞春走行). ‘빨리 달리기’를 천명(天命)처럼 여기는 자동차 시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행여나 쫓길세라 앞만 보고 달려만 왔던 게 자동차이고, 또 자동차 업계였다. 그런 숨막히는 시장에도 ‘여유’를 부르짖을 여건이 왔다. 자연이 만들어 준 봄 꽃길은 황진이가 아니더라도 천천히 걷고 싶어진다. 일도창해 하면 돌아오기 어려운 게 우리네 인생이다.
온갖 고성능차가 저마다 ‘빨리 달림’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상춘주행’이라는 글귀를 마주하니 일순 긴장감이 탁 풀린다. 봄을 만끽하는 드라이빙, 그래, 이 또한 사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지난 7일, 일삼아 상춘객이 됐다. 차를 타고 봄을 즐긴다는 것, 모순 된 일이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속도는 살짝 줄이고, 창문은 활짝 열어젖히니 봄이 차 안까지 스며 들어왔다. 타고난 명색이 ‘친환경’인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를 니로답게(Near Zero, 즉 친환경적으로) 몰았다. ‘니로’ 시승행사를 주관한 기아자동차의 이날 테마는 상춘주행(賞春走行)이었다.
▲“니로는 올인원이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 북한강로, 경강로를 거쳐 양평을 돌아오는 왕복 116km 구간을 느긋하게 달렸다. 그렇다고 소걸음은 아니었다. 도로 위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만큼만 달렸다.

미디어 시승행사에 동원 된 트림은 최상위인 노블레스(2,845만 원)다. 휠은 18인치(29만 원)를 달았다. 니로의 정부공동고시 복합연비 19.5km/ℓ는 16인치 휠 기준이다. 18인치의 공인연비는 17.1km/ℓ다. 여기에 드라이빙 세이프티 패키지(196만 원), 8인치 내비게이션 UVO 2.0패키지(162만 원, KRELL 사운드시스템, 전자식 룸미러, 자동요금징수시스템 포함)도 달렸다. 전 옵션이 다 들어가 있어 친환경 세제혜택을 받고 나서도 3,191만 원이다.
차급은 소형 SUV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딱히 SUV라는 느낌은 강하지 않았다. 차체가 높은 해치백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디자인에서 특별히 튀는 구석이 없으니 신차인데도 낯설지가 않다.
현장을 함께 한 기아차 관계자는 “SUV와 세단,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사이의 간극을 굳이 두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다양한 용도로 개발 된 차량의 속성들이 ‘니로’에 집약 된 양상이다. 과용하지 않고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구성 된 ‘올인원’ 상품이랄까? 자동차 업계 용어로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도심형 크로스오버’ 정도 되겠다.
▲”티내지 마라 하이브리드!” 경쟁상대는 소형 SUV
‘니로’의 특징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차이면서도 하이브리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 실물을 처음 접했을 때, 디자인에서 받았던 느낌도 그랬다. 종전의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딱 봐도 하이브리드’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면 ‘니로’는 ‘어디를 봐서 이 차가 하이브리드지?’라는 반응을 부른다.

차를 몰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RPM 게이지 대신 하이브리드 게이지가 계기반에 자리잡고 있다는 걸 빼면 특별히 다를 게 없다. 내비게이션 모니터 옆에 새겨진 ‘하이브리드 엠블럼’이 되레 도드라져 보인다.
“굳이 하이브리드 티 낼 필요 있나요?”라는 태도인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차인데도 경쟁 상대로 하이브리드 시장이 아닌, ‘소형 SUV’ 차량을 지목했다. 최소한 ‘니로’에 있어서 하이브리드는 그저 일상일 뿐이다.
▲EV모드는 어디에?
하이브리드 차량이면 으레 있기 마련인 전기차 전용 모드(EV모드)가 ‘니로’에는 없다. 대개의 하이브리드는 별도로 EV 모드 선택 버튼을 둬 저속 구간에서 전기차로만 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니로’에는 강제 EV 모드가 없다.
기아차 상품 개발 관계자는 “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내비게이션이 연비운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니로에 장착 돼 있다. 지도 정보에서 오르막이 예정 돼 있으면 엔진 구동력을 강화해 부족한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내리막이 시작 되는 시점이면 모터 구동력을 강화해 연료 소비를 최소화 하도록 했다. 굳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이 시스템을 Eco-DAS(Eco-Driving Assistant System)라 불렀다. ‘에코다스’는 내비게이션 주행 경로를 토대로 전방에 감속 상황이 예측 되면 운전자에게 관성 주행을 시작해야 할 시점도 알려준다.
▲AEB SCC BSD
옵션 사양이기는 하지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 실릴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AEB) 등을 탑재할 수 있다.
고속도로 운전에서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도 가능하다. SCC는 차량 전방에 달린 레이더가 선행하는 차와의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크루즈 컨트롤인데 자율 주행차의 첫 단계에 속하는 편의안전 사양이다. 고속도로 운전에서 발을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그랬더니 연비가?
연비를 좋게 하는 운전 테크닉 중 하나가 전기차 모드 활용이다. 배터리로 갈 수 있는 거리를 최대로 늘리는 게 관건이다. 적절한 상황에서 강제 EV모드를 작동해 배터리를 최대한 소진시키는 것도 연비를 높이는 운전기술 중 하나다.
그런데 니로에는 강제 EV모드가 없다. 그래서 이날 시승행사에서는 도로가 허용하는 최고 속도 범위에 딱 맞춰 주행을 했다. 45리터 가솔린 연료통을 달고 하이브리드 전용 1.6리터 GDI 엔진(최고출력 105ps, 최대토크 15.0kgf.m)과 32kW(최고출력 43.5ps, 최대토크 17.3kgf.m)짜리 모터, 그리고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 변속기를 단 ‘니로’로 50km 남짓을 달려 얻은 연비는 25.7km/ℓ였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