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2일. 박석민(NC)은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를 겪었다.
대구가 고향인 박석민은 2004년부터 12년간 삼성에서 뛰면서 리그 최고의 핫코너로 우뚝 섰다. 4년 연속 통합 우승과 생애 첫 골든 글러브 수상 등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는 다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게 된 그는 NC와 4년간 총액 86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역대 FA 타자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마음이 결코 편치만은 않았다. 박석민은 이적 직후 "1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선수로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받은 팬들의 사랑, 집에 걸린 삼성 유니폼과 사진들, 승엽이형을 비롯한 소중한 동료들 내겐 한 번도 포기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너무나 소중한 모든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삼성팬들의 끝없는 사랑에 감사하며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앞으로 새로운 팀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뵐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이날, 박석민은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를 밟았다. 삼성이 아닌 NC 유니폼을 입은 그는 경기 전 3루 덕아웃을 찾아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옛동료들과 다시 만났다. 류중일 감독은 NC 이적 후 맹활약을 펼치는 박석민에 대해 "떠난 건 아쉽지만 이왕이면 잘하는 게 좋다. 아까 만났을때 '우리랑 할때 잘하면 알지?'라고 그랬다. '알지' 그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웃었다.
박석민은 "기분이 참 묘하다. 내가 대구 원정 숙소에 잘 일이 있겠는가. (삼성 선수들이) 나의 장단점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옛동료들과 맞붙게 된 소감을 전했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박석민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1루와 3루 관중석을 향해 허리굽혀 인사를 했고 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야유를 보내면 어쩌나"하던 박석민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었다. 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났던 박석민은 5회 선두 타자로 나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3구째를 잡아 당겨 120m 짜리 좌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시즌 3호째. 팬들은 박수를 치며 박석민의 홈런을 축하했다.
박석민은 이날 친정팀을 상대로 시즌 3호 아치를 터뜨리는 등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팀이 패하는 바람에 마음껏 웃지 못했다. /what@osen.co.kr
[사진] 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