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포수가 팀 전력의 반을 바꿔놓는다고 한다. 두산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팀으로 군림하는 데에는 양의지(29)라는 유능한 포수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와 원정경기에 8-2로 승리했다. 5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한 양의지는 3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로 두 번 출루했지만 그보다 더 돋보인 것은 수비였다. 결정적인 판단 하나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이 3-1로 리드한 6회말 한화 공격. 김태균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최진행의 볼넷과 윌린 로사리오의 우전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한화는 대타 하주석이 구원 김강률에게서 우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3-2 한 점차로 압박했다.

한화는 오선진을 빼고 다시 한 번 대타 작전으로 장민석을 투입했다. 장민석은 초구에 1루 땅볼을 쳤고, 두산 1루수 오재일이 홈으로 던졌다. 포수 양의지가 홈베이스를 밟고 공을 받아 3루 주자 최진행을 포스 아웃시켰다. 여기서 예상 못한 양의지의 플레이가 나왔다.
1루로 송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양의지는 갑자기 3루로 승부했다. 2루수 오재원의 1루 베이스 커버가 조금 늦은 상황이었고, 양의지는 빠른 판단으로 3루를 노렸다. 한화 2루 주자 로사리오가 3루로 들어갔지만 양의지의 송구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슬라이딩 없이 들어갔다.
선 채로 3루 베이스에 들어간 로사리오였지만, 양의지가 던진 공이 3루수 허경민의 글러브에 먼저 들어왔다. 한화 벤치에서 합의판정을 요구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포스 아웃 상황이었기 때문에 태그는 의미가 없었고, 한화는 3-2-5라는 보기 드문 더블 플레이로 추격 흐름이 뚝 끊겼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차일목이 2루 땅볼로 잡히며 무사 만루에서 1득점으로 이닝이 끝났다. 양의지의 빠른 판단이 한화의 추격 흐름을 제대로 끊어놓은 것이다. 경기 후 양의지는 "오재일이 나한테 송구했을 때 1루를 봤는데 비어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3루에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송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능한 포수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