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순위 아무 의미 없습니다".
지난 10일 넥센 히어로즈는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5-4 승리를 거두고 시즌 9경기 만에 단독 선두를 처음 맛봤다. 9경기 만의 기적을 이룬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12일 선두 소감을 묻자 "지금 순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염 감독은 "이제 9경기 했다. 지금 순위는 아무 의미 없다. 다만 당분간 5할 이상을 하는 게 목표다. 선수들이 어리기 때문에 한 번 떨어지면 치고 오르기 힘들 수 있어 지금 최대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많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야수나 투수들 모두 캠프에서 준비한 것들을 잘 실행해준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을 이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넥센은 시즌을 앞두고 수많은 주전 전력을 떠나보내거나 수술대에 올리며 전력 약화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장석 대표, 염경엽 감독, 주장 서건창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입을 모아 "우리는 주변 평가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순위가 선두이든, 팀 밖의 예상이 최하위든. 넥센은 그들이 준비하고 훈련한 야구를 그라운드에 펼쳐놓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염 감독은 "수비에서 실책이 많이 줄었고 투수들도 3구 내 승부를 잘해주고 있다. 타자들은 쳐줘야 할 때 잘 쳐주고 있다"며 캠프의 성과가 빛을 보고 있음을 전했다.
선수들도 올 시즌 만큼은 눈에 보이는 기록 대신 팀이 점수를 내기 위한 플레이에 매진하고 있다. 12일 고척 kt전에서 3회 고종욱의 런다운 때 홈까지 파고든 서건창의 전력질주는 넥센이 얼마나 점수를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이뤄내는 것은 결국 선수다.
염경엽 감독은 이날 신재영이 시즌 2승을 거뒀고 이택근이 고척스카이돔 1호 홈런을 쳤지만 경기 후 가장 먼저 김민성을 언급했다. 1-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 박경수의 좌익선상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며 위기를 넘긴 김민성의 호수비를 칭찬한 것. 염 감독은 "1점차를 지키는 야구를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잘 집중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장석 대표는 시즌을 앞두고 "올 시즌은 성적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전들이 대거 교체되고 구장이 바뀌면서 확 달라진 팀이 다시 짜임새를 갖추기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염경엽 감독 역시 당장의 성적보다 '넥센의 야구'를 새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노력에 따라오는 선물이 바로 성적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