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선수? 김현수의 얄궂은 처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13 06: 07

쇼월터, 플라허티까지 외야수 활용
줄어드는 출전 기회, 탈출 기회 언제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기회가 없다. 차분히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김현수(28, 볼티모어)도 힘이 빠질 법한 상황이다. 이 고비를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료들의 부진이 전제되어야 하는 얄궂은 처지에 놓였다.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다.

볼티모어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릴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갈비뼈 부상으로 몸 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주전 중견수 아담 존스가 빠진 가운데 김현수의 이름은 이날도 선발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존스가 빠진 자리는 조이 리카드가 이동해 메운다. 마크 트럼보는 우익수로 출전한다. 여기까지는 정석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라이언 플래허티의 선발 좌익수 출전이다. 단순한 선발 출장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김현수의 현재 팀 내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
플래허티는 2012년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주로 내야수로 뛴 자원이다. 2루수로 179경기, 3루수로 76경기, 유격수로 54경기, 1루수로 21경기에 뛰었다. 외야로도 뛸 수 있는 활용성을 겸비했으나 합쳐 봐야 33경기에 불과하다. 올해 개막 25인 로스터에도 내야 백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개막 후 외야수로 활용되는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볼티모어는 12일 보스턴전 9회에서 이날 선발 우익수로 출전한 놀란 레이몰드 대신 김현수가 아닌 플래허티를 대타로 기용했다. 이어 플래허티는 9회 수비에는 좌익수로 나섰다. 그리고 13일에는 아예 주전 좌익수로 나선다. 김현수가 기회를 잃었다.
김현수의 앞에는 주전 선수들인 아담 존스, 마크 트럼보, 조이 리카드에 백업 1순위인 놀란 라이몰드가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으니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해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플라허티까지 외야에 가세했다. 현재 벅 쇼월터 감독의 기용 방식으로만 따지면 김현수는 외야에서도 3번째 백업 선수가 된 양상이다. 출전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현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범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11일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는 MLB 데뷔전을 치러 3타수 2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벅 쇼월터 감독도 경기 후 "안타를 두 개 쳤고 수비에서도 몇몇 견고한 모습이 있었다"라며 향후 활용도를 넓힐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물론 외야 수비가 까다로운 펜웨이파크의 사정을 감안, MLB 구장에서의 수비 경험이 부족한 김현수를 제외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6연승을 달리고 있는 팀에 특별한 변화를 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앞서 있는 동료들이 부진해야 김현수의 출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자신도 살고 동료들과 팀도 같이 살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다. 현실이 원망스러울 법한 김현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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