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역발상, 김주형 수업료 뽑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13 06: 08

김기태, '수비 불안'에도 강공 카드
'다 못 잡는다' 역발상 성공 거둘까
"오늘 유격수요? 김주형입니다"

김기태 KIA 감독은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주형이 주전 유격수로 출전한다"라고 말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물어본 것처럼 확신에 찬 어투였다.
올해 KIA의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김주형은 10일 수원 kt전에서 실책 2개를 저질렀다. 하필 실책을 할 때마다 팀이 실점을 했다.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다리가 풀릴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때문에 김 감독이 이날도 김주형을 유격수로 기용하느냐는 경기 전 하나의 자그마한 화두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어투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김주형은 오랜 기간 공격력이 뛰어난 유망주로 평가됐다. 그러나 좀처럼 기량을 만개하지 못했다. 수비에서의 활용성도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코너 내야(1·3루), 지명타자 포지션이 그의 무대였다. 이 자리는 대개 팀의 중심타자들이 자리하는 곳이다. 알을 깨지 못한 김주형의 입지가 좀처럼 넓어지지 못했던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내야 공격력 저하에 고민이 컸던 김기태 감독은 김주형을 유격수로 돌리는 파격을 택했다. 수비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팀 라인업에 공격력을 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은 그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공격에서는 8경기에서 타율 4할3푼3리, 4홈런이라는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실책도 4개나 했다. 김주형 때문에 이기는 날도, 김주형 때문에 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감독들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대개 수비를 좀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공격은 매일 기여할 수 없지만 수비는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크게 티가 나기 때문이다. 수비 실책이 계속되는 선수가 라인업에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역발상을 꾀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장점은 장점대로 살리자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잡으려다 보면 다 놓칠 수도 있는 게 야구고 또 세상사다. '유격수 김주형'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는 지난해 확실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던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과도 묘하게 닮아있다.
김 감독은 "김주형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마무리투수도 블론세이브를 한 시즌에 7번씩 한다. 실책이 나오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하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수업료는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주형의 실책에 대한 부분은 이미 계산에 어느 정도 들어있다"라고 말했다. 득실을 따졌을 때, 김주형의 공격을 살리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이 김 감독의 구상에 서 있다.
그 계산이 옳았는지는 시즌 종료 후나 정산이 가능할 것이다. 12일 SK전은 올 시즌 전체 양상의 축소판과 같았다. 홈런 두 방을 때리며 공격에서는 확실한 기여를 했지만 실책 두 개도 저질렀다. 3회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은 홈런 2방이 실책 2개보다 더 커 보였다. 그리고 KIA는 이겼다. 김 감독의 역발상 계산의 승리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조금씩 눈을 뜨는 김주형의 수업료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따지면 달콤한 장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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