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제외한 필승조 투수들 모두 소모
분위기 추스르는 관리 야구 필요성 대두
근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는 관리가 필요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11-12로 패했다.
롯데로서는 아쉽기도 하면서 분한 결과일 수 있다. 초반 4점을 뽑으며 리드를 잡았지만 곧장 3점을 헌납해 추격을 허용했다. 6회에는 4-8로 역전을 당했지만 7회에 곧장 8-8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8-11로 리드를 내줬지만 9회 극적인 3득점으로 11-11을 만들며 연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마지막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패하고 말았다.
선수들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근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패색이 짙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롯데는 포기하지 않고 LG의 마운드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마운드다. 이날 롯데는 선발 투수로 김원중을 내세웠다. 하지만 김원중이 1회부터 안정을 찾지 못하고 볼넷을 남발했다. 3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6볼넷 3실점으로 조기에 강판당하고 말았다.한 주의 첫 번째 경기였던만큼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끌어주면서 불펜진의 등장을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김원중은 그러질 못했고 4회부터 롯데는 불펜진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불펜 소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수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씩 늦게 가져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접전 상황이었기에 롯데는 또 필승조를 투입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4-3으로 앞선 4회부터 등판한 이정민은 위력적인 구위로 점수 차를 그대로 유지 시켰다. 4회와 5회를 실점 없이 막았다. 그리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3이닝 째를 책임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정민은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 어쩔 수없이 소모전으로 경기는 흘렀다. 이정민(2⅓이닝 5피안타 4탈삼진 2실점) 이후 이명우(0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와 김성배(⅓이닝 2피안타 1실점)이 무너지면서 4-8로 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7회초 롯데 타선은 2사후 김주현의 2루타를 시작으로 대거 4점을 뽑아내며 다시 8-8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필승조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롯데는 필승조를 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6회말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유영이 8-8 동점이 된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김유영으로 최대한 끌어가겠다는 의중이 엿보였다.
윤길현과 정대현 모두 지난 주 다소 많은 등판을 가졌다. 특히 9일과 10일 경기 모두 연투를 했다. 윤길현은 9일 1이닝 20개, 10일 1⅓이닝 32개를 던졌다. 정대현 역시 9일 ⅔이닝 10개, 10일 1이닝 29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틀 동안 각각 42개, 39개를 던진 30대 중후반의 불펜 투수들을 하루 휴식 이후에 다시 투입하기엔 벤치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김유영이 7회말 유강남에 안타 오지환에 볼넷을 허용하자 뒤늦게 윤길현을 투입했지만 3실점을 막지 못했다. 패색이 짙은 9회에 롯데는 다시 추격을 했지만 정대현과 마무리 손승락을 최대한 아낀 채 이성민으로 3이닝을 끌고 갔다. 이후 10회말 1사 만루에서 마무리 손승락을 냈지만 패배를 면할 순 없었다.
타선의 근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투수들의 의지와 벤치의 의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주중 첫 경기부터 불펜을 소모할 수는 없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롯데는 정대현을 제외한 필승조 투수들을 모두 소모하고 LG와의 남은 2경기, 주말 NC 3연전을 맞이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조원우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관리를 통해 얼마나 선수들을 유지시키느냐가 이제는 관건이 됐다. 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하면서도 최대한 분위기를 추스르는 역량이 필요하다. 지난 주 롯데는 2연속 위닝 시리즈를 통해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치부를 어느정도 숨기고 갈 수 있다. 하지만 팀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치부부터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초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주 시리즈 판도 자체가 변할 수 있다. 조원우 감독의 롯데는 현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