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랑나비'가 될까.
LG 이형종(27)은 12일 잠실 롯데전에서 근 6년만에 수훈 선수가 됐다. 그런데 6년 전 투수에서 이제는 타자로서 받은 상이다. 타자로 전향한 이형종이 1군 무대에서 인상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07년 서울고 3학년이었던 이형종(27)은 광주일고와의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9회 역전을 허용하자 마운드에서 분한 마음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로 인해 '눈물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고교 에이스. 2008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형종은 3년 후 2010년 5월 잠실 롯데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임의탈퇴 선수로 팀을 떠나 방황하다 골프선수로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군복무를 마친 2012년 10월 다시 LG 유니폼을 입고 투수로 재기를 노렸다. 투수로서 쉽지 않아 2014시즌을 마치고는 타자로 전향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줄곧 2군 무대에서 뛰었다. 타자로서 감각을 익히는 시간. 그는 3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5리(105타수 32안타)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시범경기를 통해 1군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형종은 지난 10일 문학 SK전에서 타자로서 1군 데뷔전을 치렀고, 첫 안타도 신고했다. 12일 잠실 롯데전에서 대수비로 출장,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7회말 1사 2, 3루에서 상대 전진수비를 넘기는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렸고, 9회말 2사후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터뜨렸다. 투수 이형종이 아닌 외야수 이형종으로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대표적인 이는 김응국(한화 코치)이다. 1988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8경기(19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 5.03, 1989년 6경기(2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그러자 1989시즌 막판 타자로 전향해 타율 4할8푼3리(29타수 14안타)로 깜짝 활약을 했다.
1990시즌부터 풀타임 외야수로 뛰면서 롯데의 중심 타선으로 활약했다. 2004년까지 15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9푼3리를 기록했다. 외야 포지션까지 닮은 꼴이다. 투수로 미국으로 진출했다가 복귀 후 곧장 타자로 KBO리그에 입성한 채태인(넥센)은 내야수라 롤모델은 김응국이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시범경기 도중 이형종에 대해 "올해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대 투수에 적응도 해야 하고 (타자로서)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칭찬도 했다. 양 감독은 "주루나 외야 수비는 센스가 있더라. 몸쪽 공도 제법 잘 치는 편이다"고 격려했다.
이제 1군 무대에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에 데뷔했지만, 시련의 시간을 겪기도 했다. 20대 초반 방황도 있었지만, 시련을 견디면서 내면은 단단해졌고 성숙해졌다. 타격에 재능도 갖고 있다. '제2의 호랑나비'로 그의 앞길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