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멋짐을 내려놓았을 때 더 멋져보이는 배우들이 있다. 작품을 위해 거지 연기까지 불사른 배우들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연예인 거지 계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속 역대 거지들을 모아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너무나도 완벽하게 거지로 변신해 계속해서 소환되며 사랑받고 있는 3대장 배우들을 선정해봤다.
◇단연 으뜸, 손현주
배우 손현주를 두고 거지 연기를 논할 수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으뜸 거지 연기다. 극중 거지 연기가 예고돼 있다면 손현주를 보고 배우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을 만큼 공허한 눈빛이며 쭈그려 앉은 자세며 어느 것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인터넷 상에서 유머용으로 쓰이는 사진을 통해 더욱 회자되고 있는 이 장면은 2004년 방송된 MBC 단막극 ‘베스트극장 - 형님이 돌아왔다’에서 탄생한 장면이다. 여전히 손현주를 검색하면 거지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할 정도로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배우학교 선생님의 과거는 노숙자? 박신양
손현주에 대적할 자는 ‘선생님’뿐이다. 배우 박신양이 지난 2007년 방송된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선보인 노숙자 연기도 3대장 중 하나다. 이 드라마는 돈만을 쫓다 보면 돈의 노예가 되고 결국엔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주제를 전달했다. 당시 박신양은 노숙자로 변신해 게걸스럽게 국밥을 먹고 쓰레기봉투를 뒤져 남이 버린 음식을 먹는 등 등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최근에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실감나는 거지 연기를 펼쳐 역시 3대장 배우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개밥도 삼킨 신성, 강지환
설마 개밥까지 삼킬 줄 몰랐다.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 출연 중인 배우 강지환의 이야기다. 강지환이 연기한 강기탄 역은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이모부의 야욕에 모든 것을 잃고 삶의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지하철에서 돈을 구걸하며 살아가고, 정말 살기 위해 개밥까지 몰래 훔쳐 먹었다. 실제로 이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강지환은 강아지가 사용하는 밥그릇을 가져왔다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파 배우다.
이외에도 드라마 ‘왕초’의 윤태영과 ‘메리 대구 공방전’의 지현우, ‘아내의 유혹’의 변우민, 영화 ‘야수’의 권상우 등도 연예인 거지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는 늘 멋있고 싶은 마음이 왜 아니랴. 그러나 그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멋짐도 잠시 내려놓고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이 배우들이야 말로 진정한 배우가 아닐까. / besodam@osen.co.kr
[사진] '라디오스타', '쩐의 전쟁', '몬스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