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28)은 KIA에 유독 강한 선수였다. KIA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김광현은 2007년 데뷔 이후 2012년까지 KIA와의 경기에 총 24경기(선발 22경기) 등판, 14승5패 평균자책점 2.46의 짠물투를 펼쳤다. 이는 같은 기간 김광현의 평균자책점(3.06)보다 낮을뿐더러 상대팀별로 봤을 때는 최다승, 최고 평균자책점 기록이었다. KIA의 한 관계자는 "김광현이 나오면 공포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할 정도다.
그런데 최근 2년은 그런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KIA의 타선은 김광현에 대한 공포를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었다. 2014년 이후 김광현은 KIA와의 9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이는 오히려 이 기간 자신의 평균자책점(3.65)보다 높았다. 타고투저 흐름에서 평균자책점이 높아질 수 있지만 승패도 3승4패로 오히려 패전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김광현은 KIA를 상대로 힘을 못썼다.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심한 듯 주자를 모아두고 고전하는 양상도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3.82였고 1승3패를 기록했다. 오히려 KIA에는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관심이 몰렸다. KIA는 김광현과의 악연을 완전히 끊길 바랐다. 하지만 김광현은 여전히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13일 인천 KIA전에서 7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KIA는 이날 김광현을 의식한 듯 노수광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을 모두 우타자로 채워넣으며 나름의 공략법을 내세웠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를 비웃었다. 빠른 공의 위력보다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섞는 투구로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KIA로서는 1회 김광현의 성적에 '상처'를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선두 김주찬과 김민우가 모두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여기에 타석에는 올 시즌 홈런 1위으로 타격감이 좋았던 김주형이었다. 하지만 볼카운트 2B-1S의 유리한 상황에서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치며 흐름이 끊겼다. 그리고 KIA는 8회 김광현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단 한 번도 그 정도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광현이 통산 KIA전에서만 15번의 승리를 챙기는 순간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