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피가 섞인 선수가 NBA무대를 밟는다면? 그리고 그 선수가 한국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면?
짜릿한 상상이 현실로 이뤄질지 모른다. 미국고교농구무대에서 전국구 유망주로 손꼽히는 한국계 혼혈선수 아이라 리(17, 203cm, 97.5kg, 저스턴 시에나 고교, 캘리포니아)를 OSEN이 현지에서 직접 만났다. 과연 아이라 리는 누구이며,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농구팬들의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혼혈선수 아이라 리는 누구인가?

아이라 리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태어난 미국사람이다. 만나자마자 족보부터 확인했다. 리는 “할머니가 한국사람인데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어머니를 낳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미국인 할아버지와 재혼을 한 뒤 어머니를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 때 어머니는 13세였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흑인)가 결혼해서 나를 낳으셨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아이라 리의 할머니는 한국국적자다. 어머니는 순수 한국혈통인 것은 맞지만 미국시민권자다. 아이라 리는 미국시민들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시민이다. 다만 한국인의 피를 절반 물려받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미국에서 고교농구 유망주들을 평가하는 공신력 있는 사이트가 여럿 있다. ‘라이벌스닷컴’(Rivals.com)이 그 중 하나다. 2017년 클래스에서 아이라 리는 별 다섯 개 만점 중 4개, 전미 48위에 랭크돼 있다. 이 정도면 미국 NCAA 남자농구 디비전1 명문대학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다. 또 다른 매체 ESPNU는 아이라 리를 2017 클래스 포지션 랭킹 7위, 캘리포니아주 랭킹 4위로 올려놨다. ‘247스포츠’는 전국랭킹 44위로 평가했다. 미세한 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아이라 리는 미국에서도 전국적인 유망주다.
현재 아이라 리는 미국 유수의 농구명문대 애리조나, 애리조나 주립대, 캘리포니아, 텍사스, 코네티컷, USC로부터 장학금 입학제의를 받았다. 그만큼 리의 실력이 검증됐다는 의미다. 리가 대학을 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본인에게 확인했다. 리는 “어머니는 애리조나에 계시고 아버지와 여자친구는 LA에 있다. 어느 대학을 갈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 올 여름까지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쉽지 않았던 만남, 왕복 15시간 운전대를 잡다
6개월 전 기자는 한 농구팬에게 제보를 받았다. 아이라 리라는 선수가 미국에 있는데 한국계인 것 같으니 취재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LEE’라는 성이 미국에도 있기 때문에 이름만 갖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라 리의 SNS에 한국대표팀을 입고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본인도 아시아계임을 자랑스럽게 인증하고 있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어머니의 사진도 있었다. 결국 여러 경로를 통해 아이라 리가 한국계임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했다.
4개월 전부터 아이라 리를 미국현지에서 인터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라 리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작전을 바꿨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한 달 전부터 아이라 리의 학교 측에 접촉을 시도했다. 출국을 일주일 앞두고 아이라 리가 활약하는 AAU팀(지역 아마추어팀) 데이빗 감독과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기자가 미국에 입국한 뒤에도 아이라 리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데이빗 감독이 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인터뷰를 하라고 도왔다. 하지만 리의 대답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기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코비 브라이언트 취재를 위해 LA로 이동했다. 아쉽지만 인터뷰를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LA에서 머물고 있을 때 아이라 리에게 전화가 왔다. 대회참가 때문에 이메일을 늦게 봤다며 인터뷰를 하자는 제의였다. 기자가 있는 LA에서 아이라 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나파까지는 자동차로 6시간 30분, 403마일(648km) 거리다. 전화로 몇 마디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의 실력이 너무나 궁금했다. 결국 기자는 약속을 잡고, 새벽 5시 30분에 운전대를 잡았다. 천신만고 끝에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오후 2시였다.

▲ “한국대표팀?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라 리는 두 달 전에 전학을 갔다. 전에 활약하던 LA의 프롤리픽 프렙스쿨에 2016 전미유망주 랭킹 1위 조쉬 잭슨이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잭슨은 며칠 전 캔자스대학교에 진학을 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 선수와 같이 뛰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다 뺏긴다. 리는 자신이 더 빛이 날 수 있는 학교로 옮긴 셈이다.
리의 하숙집을 방문하자 백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았다. 한국에서 기자가 취재를 올 정도로 리가 농구를 잘하는 것이 대견한 모양이었다. 하숙집 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오렌지주스를 한잔하고 리와 함께 학교로 이동했다.
● 다음은 아이라 리와 일문일답
△ 일단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하이. LA에서 온 아이라 리다. 난 블랙코리언이다.
△ 본인은 어떤 선수인가?
여러 가지를 다 할 줄 아는 선수다. 드레이먼드 그린처럼 만능선수라고 보면 된다. 골밑이 필요하면 골밑을 보고, 외곽에서도 할 수 있다. 원래 포지션은 파워포워드인데 스몰포워드도 본다.
△ 어떤 대학으로 진학할지 결정했나?
아직 안했다. 올 여름에 결정하겠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USC, 오레건에서 제의가 왔다. 6월 말 쯤에 부모님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
△ 애리조나로 간다는 기사도 나왔다. 사실인가?
아마도 내 고향이니까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아직 거기 사신다.
△ CAL도 방문했는데?
정말 좋더라. 한국음식도 많고, 아주 좋은 곳이었다.
△ 한국음식 좋아하나?
물론이다. 김치 불고기, 미역국 등 우리 할머니가 항상 해주신다.
△ 한국계인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난 피닉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거기서 날 기르셨다. 매일 한국음식을 먹고 자랐다. 한국이름은 범근이 ‘이범근’이다. 그게 내 이름이다. 하하하. 난 두 가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자랐다.
△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올린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우리 할머니가 대표팀 유니폼을 구해서 날 주셨다. 그래서 막 입고 돌아다녔다. 주변에서 ‘너 한국대표팀에서 뛸 생각 있냐?’고 물어보더라. 나도 조금 생각을 해봤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미국시민이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름다운 곳이라도 들었다. 정말 가보고 싶다.
△ 선수로서 최종 꿈은 역시 NBA 진출인가?
NBA에서 뛰는 곳이 최종 꿈이다. 13살 때부터 NBA에서 뛰면서 유명해지는 것을 꿈꿨다. 블레이크 그리핀이 롤모델이다. 그리핀을 보면서 자랐다. 그리핀이 덩크하면서 백보드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봤다. 그리핀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 스타일이 매우 비슷한 것 같다. 덩크슛을 좋아하고 중거리슛도 잘한다.
△ 얼마나 높이 뛸 수 있나?
제자리 점프가 39인치(99.6cm)다.
△ 만약 나중에 KBL에서 뛸 기회가 있다면?
정말 뛰고 싶다. 두 번 생각해보지도 않을 것 같다.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좋은 경험일 것 같다. 일단 NBA에 최우선으로 도전하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KBL도 생각해보겠다.
△ KBL에 혼혈선수가 많다.
토니 애킷스(전태풍), 그렉 스티븐슨(문태영), 제로드 스티븐슨(문태종)을 안다. 산드린 형제(이승준-이동준 형제)는 모른다.
△ KBL에서 뛰려면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해 국내선수로 뛰든가 아니면 외국선수로 뛰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우리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큰 결정이다.
△ 한국 팬들이 당신을 많이 아는데 놀랍지 않나?
정말 놀랐다. SNS에 별 생각 없이 태극기를 올렸더니 난리가 났다.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많은 한국 팬들이 날 팔로우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한다면?
한국 팬들 안녕하세요! 사랑해줘서 감사해요!
● 아이라 리의 농구실력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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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영상] 캘리포니아(미국)=서정환 기자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