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일 반납, 타격감 상승 위해 안간힘
13일 홈런포+수비 맹활약, 조금씩 적응
SK 새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28)는 도미니카 출신 특유의 ‘밝음’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아주 시끄럽거나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항상 웃는 낯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는 그런 웃음기가 사라졌다. 성적 때문이었다.

SK의 주전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고메즈는 시즌 초반 공격에서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빠른 배트스피드, 그리고 일발장타력은 평가 그대로였다. 그러나 선구안이 문제였다. 어처구니없는 공에 배트가 너무 시원하게 돌았다. 타율이 1할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볼넷/삼진 비율도 좋지 않았다.
물론 한국 무대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했다. 그러나 높은 공이나 존에서 벗어나는 변화구에도 배트가 나오자 서서히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SK의 ‘강한 2번’ 타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확성이 너무 떨어진 탓에 결국 7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7번에서도 그다지 좋은 활약은 아니었다. 공격에서의 고민 때문인지 장점이었던 수비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다.
10일 인천 LG전에서 3점 홈런을 치기는 했지만 타율은 1할4푼7리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삼진은 많았다. SK 타선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고메즈가 구단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11일 특타를 자청하며 훈련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가 먼저 특타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이날은 휴일이었다.
하지만 훈련을 하겠다는 선수를 말릴 수는 없는 일. 휴식일을 맞아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었던 구단 관계자들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모여들었다. 훈련보조요원과 배팅볼 투수, 통역 등을 모두 포함하면 고메즈 때문에 5명이 휴일을 강제 반납 당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하지만 진지한 훈련 태도로 묵묵히 방망이를 돌리는 고메즈를 탓하는 이는 없었다.
그 효과였을까. 고메즈는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유격수 방면 깊숙한 내야안타를 친 고메즈는 1-0의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6회 KIA 선발 지크 스프루일의 빠른 공이 높게 들어오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돌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자신의 시즌 3호 홈런. 고메즈의 특타를 도왔던 구단 직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었다. 낮은 변화구에 방망이가 쉽게 나오지 않았고 고메즈의 공략 패턴인 높은 빠른 공도 조금씩 눈에 담아두는 모습이었다. 수비에서는 그물망을 펼쳤다. 유독 유격수 방면으로 간 타구가 많은 날이었는데 이를 죄다 깔끔하게 처리하며 철통 같이 자리를 지켰다. 반격의 신호탄일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