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마운드가 17실점으로 무너졌다. 어지럼증에 몸살 기운이 있던 김성근 감독은 경기를 다 보지 못하고 도중에 병원으로 이동했다.
한화는 1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홈경기에서 2-17 대패를 당했다. 17실점은 지난해 9월20일 대전 두산전 16점을 넘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팀 최다실점 기록. 두산과 주중 3연전을 싹쓸이로 패한 한화는 개막 11경기에서 2승9패 승률 1할8푼2리까지 떨어지며 10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완전히 무너진 경기였다. 좌완 김용주가 시즌 첫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볼넷 4개를 남발하며 아웃카운트 2개 잡고 내려갔다. 전날(13일) 두산전에서 2회부터 불펜에서 몸 풀며 대기했던 김용주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선발 통보를 받았다.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설상가상 포수로 첫 선발출장한 윌린 로사리오와도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가뜩이나 급하게 선발등판 준비를 한 김용주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이를 예상했는지 1회 시작부터 외야 불펜에서 우완 송창식이 몸을 풀며 등판 대기를 했다.
0-1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송창식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첫 타자 오재일에게 우중월 만루홈런을 얻어맞으며 시작부터 5실점했다. 송창식 역시 전날 두산전 구원으로 ⅔이닝 15구를 던진 상태. 사실상 선발투수와 다를 바 없는 시점에서 구원으로 등판했다.
하지만 구위가 떨어진 송창식은 두산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4⅓이닝 9피안타(4피홈런) 2볼넷 12실점(10자책)으로 무너진 것이다. 두 번째 투수였지만 사실상 선발 역할로 90개의 공을 던졌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이자 피홈런으로 뭇매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3회에는 유격수 하주석에 이어 2루수 정근우까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수비 실책을 범했다. 승부가 어느 정도 기운 뒤에도 송창식에게 가혹한 투구가 계속 됐다. 6회 시작과 함께 송창현이 마운드에 올라오며 송창식의 가혹한 투구가 끝났다.
한화는 개막 후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이 반복되며 힘든 승부를 하고 있다. 알렉스 마에스트리와 송은범만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뒤죽박죽으로 등판 중이다. 선발투수의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결과가 좋을 리 만무하다. 한화 마운드의 붕괴는 예견된 대참사였다.
설상가상 김성근 감독도 5회를 마친 뒤 인근 을지대병원으로 떠났다. 경기 중 자리를 비운 것이다. 경기 전부터 어지럼증과 심한 기침으로 몸살 기운이 있었던 김 감독에게 이날 경기 내용은 차마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한화에는 최악의 날이 되고 말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