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급성장, 박경완의 흐뭇한 미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15 13: 00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괄목 성장
박경완 지도력에 선수 의지 혼합물
“오늘 정말 잘했어. 앞으로도 위기가 있겠지만 그렇게 네가 계속 이겨가야 해”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KIA의 경기가 끝난 뒤, SK 덕아웃 한 구석에서는 포수 이재원(28)이 조용히 자신의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이날 모든 화제는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선발 김광현(28)에게 쏠려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재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라는 격려, 그리고 미소와 함께였다.
이날 SK는 2-0으로 이겼다. 이재원은 김광현 박정배 박희수와 호흡을 맞춰 끝까지 SK의 안방을 지켰고 결국 영봉승을 이끌어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회와 7회 주자가 2명 이상 나갔고 9회 마지막 이닝에서도 동점 주자를 내보내는 등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SK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재원의 지분이 컸다. 침착하게 리드를 했고 허를 찔렀다. 김광현은 경기 후 “(이)재원이형의 리드가 좋았다.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공을 돌렸다.
SK의 포수들은 전지훈련 때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한 야구 선수들이었다. 박경완 신임 배터리코치가 이들을 강하게 조련했다. 당대 최고 포수로 평가받았던 박 코치는 제자들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함께 땀을 흘리며 기술을 전수하고 심리적인 부분을 다독였다. 조금 강하게 몰아붙였던 것도 사실. 의도적인 게 있었던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과, SK 포수진은 적잖은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주전 포수 이재원이 그렇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떨어진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재원은 올 시즌 리그 최고 포수를 놓고 경쟁할 자격을 갖춰가고 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급성장을 이뤘다. 포구 자세나 블로킹 동작이 기민해진 것은 물론 도루저지율에서도 장족의 발전이다. 이재원의 올해 도루 저지율은 무려 6할3푼6리(11회 시도, 7회 저지)에 이른다. 지난해(.300)보다 훨씬 좋아졌다. 선천적인 강한 어깨에 반복 훈련을 통한 동작 간결화가 더해진 효과다. 이재원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면 안 된다”라고 했다.
리드도 다양해졌다. 이재원은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볼 배합을 하는 포수로 잘 알려져 있다. 2S 상황에서도 유인구 없이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잘 될 때는 투수의 투구수를 아낄 수 있는 최고의 리드지만 투수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 때부터 박경완 코치와 연구를 많이 했다. “5수 앞을 내다본다”라는 호평을 받았던 박경완 코치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졌다.
이재원의 리드도 조금씩 노련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없었던 이른바 ‘하이볼’ 승부도 적절히 쓴다. 12일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그 전략으로 두 차례나 삼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때로는 돌아갈 줄도 아는 모습이다. 박 코치는 "벤치에서 사인이 나올 때도 있지만 이재원이 직접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숱한 위기 상황에서 방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끔 인내하고 있다.
칭찬에 인색한 박 코치는 “아직 멀었다. 하루 아침에 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내심 흐뭇한 미소다. 박 코치는 “이제 10경기 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이재원은 물론 김민식도 잘 따라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날 피하기보다는 부딪히려고 하더라. 그게 가장 마음에 든다. 계속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질 것이다. 다음 달에는 좀 더, 그 다음 달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라고 표정 관리를 했다.
SK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14일 현재 2할4푼8리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팀 평균자책점이 하위권임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수치. SK 포수들의 연구도 계속된다. 박 코치는 “경기 후 10~20분 정도 포수들과 그날의 상황에 대해 복기하고 있다. 나도 이해가 잘 안 됐던 상황은 왜 그랬는지 선수들에게 물어본다. 들어보면 또 납득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 서로 인정하고 더 좋은 다음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나아지는 것이 없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박 코치의 열정, 땀의 가치를 믿는 선수들의 조화 속에 SK의 안방이 강해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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