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의 방패는 분명 두텁고 단단했다. 하지만 'ALL 레드'라는 기묘한 전략을 들고 나온 SK텔레콤은 진에어의 방패에서 날개를 떼어 놓으면서 롤챔스 준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됐다. SK텔레콤이 피말리는 장기전 끝에 진에어를 꺾고 KT가 기다리는 2016 롤챔스 스프링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15일 서울 용산 OGN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포스트시즌 진에어와 준플레이오프서 '페이커' 이상혁과 '블랭크' 강선구가 활약하면서 3-1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SK텔레콤은 하루 뒤인 16일 KT와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SK텔레콤은 분명 매섭게 진에어를 압박했지만 자칫 느슨해지면 진에어의 방패가 SK텔레콤의 공세를 뿌리치면서 짜릿한 뒤집기 쇼를 보였다. 준플레이오프의 도입부였던 1, 2세트는 노골적인 진에어의 방패를 치워버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출발이 좋았던 쪽은 SK텔레콤. 웅크릴 줄 알았던 진에어의 초반 활발한 움직임에 불안하게 1세트를 연 SK텔레콤은 드래곤 운영을 중심으로 손해를 만회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그 중심에는 '울프' 이재완의 알리스타가 있었다. 이재완은 드래곤 싸움에서 키를 쥐고 있는 '윙드' 박태진의 그레이브즈를 빨아들이듯 아군쪽으로 보내면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박태진 뿐만 아니라 '체이' 최선호도 이재완의 재물이 됐다.
분위기를 반전한 SK텔레콤은 드래곤 5스택을 띄운 45분 '용의 위상'을 두른 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SK텔레콤의 창도 한 번의 실수로 경기를 뒤집혔다. 2세트 SK텔레콤은 드래곤 5스택과 바론 버프까지 가진 상황서 진에어의 중앙을 돌파하지 못하면서 1-1 동점을 허용했다.
다 잡았던 2세트를 내준 SK텔레콤도 3세트 '페이커' 이상혁이 카시오페아를 선택하면서 승부를 걸었다. 이상혁은 라인전 단계부터 '쿠잔' 이성혁의 라이즈를 압도하면서 경기를 터뜨렸다. 이상혁의 활약에 탑과 봇까지 덩달아 힘을 얻은 SK텔레콤은 빠르게 진에어를 코너로 밀어넣으면서 2-1로 앞서가는데 성공했다.
흐름을 탄 SK텔레콤은 4세트 '페이커' 이상혁에게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쥐어줬다. 이상혁은 0-2로 끌려가던 상황서 '쿠잔' 이성혁의 룰루를 상대로 솔로킬를 뽑아내면서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발동이 걸린 이상혁은 멈추지 않았다. 28분 미드 2차 타워를 정리하면서 3킬을 추가하고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SK텔레콤 쪽으로 끌고 왔다. 30분 바론 사냥은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의 8부 능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페이커'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힘을 냈다. 37분 두 번째 바론 사냥에 성공한 SK텔레콤은 '페이커'가 빠진 상황에서 진에어의 억제기 두개를 정리하면서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반면 진에어는 사력을 다해서 버텨봤지만 '페이커' 이상혁을 막지 못하면서 준플레이오프전서 영패를 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