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기회 살렸고, 더 많은 기회 만드는 중
쇼월터 감독도 더 많이 출전시킬 방침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등을 보여주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벤치를 박차고 나와 타석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팀이 9경기를 치른 현재 김현수는 ⅓인 3경기에 출전했다. 첫 4경기를 치를 때까지는 한 번도 나오지 못했지만, 5번째 경기가 우천 연기되고 하루 뒤 다시 진행된 5번째 경기(11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이하 한국시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14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볼넷 2개로 출루 능력을 보여줬다.
이 2경기의 공통점은 이동일 전날 치러졌다는 것이다. 김현수가 야간 경기(로 편성됐던 날) 후 낮에 열리는 게임(11일 탬파베이전), 장거리 이동을 앞둔 날(14일 보스턴전)에만 나갔다는 것을 통해 팀이 이동을 앞에 둔 시기일 때 일부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 장기 레이스에 대비하려는 벅 쇼월터 감독의 전략적인 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15일에는 달랐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필요해서 내보냈다.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김현수는 팀이 3-6으로 뒤지던 9회초 2사에 대타 출전해 션 톨레슨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빅리그 첫 대타 출장 타석에서 첫 대타 안타를 뽑아내며 그는 타율을 5할(6타수 3안타)로 올렸다.
쇼월터 감독의 대타 결정은 김현수에게 선발 출장 한 경기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차례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어쩌면 팀 전력 보존과 주전급 체력 손실 방지 차원이 컸다. 하지만 이날은 순수히 김현수의 타석을 보기 위해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추후에도 그를 더 써보기 위해 점검해보는 차원의 계산도 쇼월터 감독의 마음속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흐름을 봐도 놀란 라이몰드 대신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9회초 2사긴 했지만 아직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3점차 상황이라면 출루 능력이 높은 선수를 기용해 동점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현수가 대타로 나섰다는 것은 그의 출루 능력이 비로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둘 중 어떤 이유가 됐든 중요한 것은 김현수의 출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발 출장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지만, 대타는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그 상황에 김현수가 필요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사실 개막 로스터를 짤 때만 하더라도 김현수는 25인에 '들어간' 선수가 아니라 '남은' 혹은 '버틴'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25인 중 1인으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일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현수에게 점차 감각이 좋아지고 있는지 묻자 그는 “좋아지는 것을 나만 느낀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냉정히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정황들을 종합했을 때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가 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감독이 먼저 김현수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도 전보다 자주 보인다.
“타석에 들어가면 (공이) 오는 대로 치려고 한다”고 했던 김현수는 “(좀 더 감각이 올라오려면) 계속 경기에 나가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실전 감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루 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기회라는 점에서 김현수에게 희망은 있다. /nick@osen.co.kr
[사진] 알링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