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ERA 1.69, 피안타율은 단 6푼3리
묵직한 구위 통해, SK 불펜 전력 업그레이드
예상보다 이른 전력화다. 2년의 기다림을 이겨낸 SK의 인내가 빛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K 불펜의 히든카드였던 정영일(28)이 무난한 적응세를 보이며 예상보다 더 일찍 전력화되고 있다.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이라는 핵심 불펜 투수들의 이적에도 불구하고 SK 불펜이 시즌 초반은 잘 버티는 분위기다. 마무리 박희수가 블론세이브 없이 마지막을 책임지고 있고 셋업맨 박정배도 쾌조의 페이스다. 여기에 마당쇠 채병룡이 고군분투 중이다. 선발 투수들도 대개 6이닝 정도는 책임져주는 분위기가 불펜 운영도 비교적 원활한 상태다.
기대를 걸 만한 구석도 보인다. 바로 정영일의 호투다. 정영일은 올 시즌 5경기에서 5⅓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1.69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기대감은 더 커진다. 피안타율은 6푼3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38에 불과하다. 유일한 피안타가 1개가 7일 사직 롯데전에서 기록한 홈런이었다.
아직 필승조가 아닌 조금은 여유 있는 상황에 등판하고 있지만 이 정도면 SK 구단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영일 스스로의 인내와 끈질김,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배려 등이 혼합된 결과물이다. 정영일은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썩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눈앞의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주무기를 차츰차츰 다듬었다.
처음에는 빠른 공 제구에 중점을 뒀고, 그 다음에는 체인지업 연마에 공을 들였다. 무리하지 않았다. 진짜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은 빠른 공 구속을 올리고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본격적으로 섞기 시작한 시범경기 중반 이후였다. SK 벤치도 힘 있는 공과 가능성을 믿고 정영일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고교 시절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고 메이저리그(MLB) 팀들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던 정영일은 미국 도전을 접고 지난 2013년 말 SK의 신인 지명을 받았다. SK는 불펜 노쇠화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으로 정영일을 지목하고 곧바로 상무에 보내 군 복무를 마치게 했다. 올해가 SK 데뷔 첫 해다. 1군급 레벨에서 오랜 공백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 초반은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이다.
14일 인천 KIA전에서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역전승의 발판을 놔 감격적인 데뷔 첫 승을 거두기도 했던 정영일이다. 물론 이제는 상대 팀과의 본격적인 분석과 싸워야 한다. 140㎞ 중반대의 빠른 공, 130㎞ 중반대의 슬라이더, 그리고 120㎞대 커브의 레퍼토리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공 자체에는 워낙 힘이 있다. 그런 싸움에서 버텨낼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만약 그렇다면 SK의 불펜 전망은 크게 밝아질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