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각각 어깨 부상 이탈, 지난해 복귀
‘ERA 0 합작’ SK 뒷문 버티는 원동력
박정배(34)와 박희수(33)는 좀처럼 말이 없었다. ‘신사’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박정배, 진중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박희수의 개인적 캐릭터를 생각하더라도 입은 꾹 닫혀 있었다. 조용히 운동을 하다, 조용한 곳으로 사라지곤 했다. 지난해 초 SK의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본 두 선수의 모습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재활 중이라 마음이 닫혀 있었다. SK 불펜의 핵심 선수들이었던 두 선수는 2014년 시차를 두고 어깨 부상에 좌절했다. 전반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때 박희수가 먼저 어깨에 통증을 느껴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해 박정배도 어깨에 탈이 났다. 박희수는 재활, 박정배는 간단한 시술을 택했다. 최악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위가 어깨였다. 경력의 민감한 위기였다.
그런 두 선수는 그 힘든 시기를 의지하며 보냈다.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 서로가 더 소중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었기에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를 격려하며 찬바람이 쌩쌩 불던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 올해 오키나와 캠프 당시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도 두 선수는 어깨와 훈련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동시에 날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차례로 복귀했던 두 선수는 올해 본격적인 재기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다소 우려를 모으기도 했지만 어느새 자신들의 궤도에 올라섰다. 지금은 SK의 8·9회를 나눠 갖는 핵심 중의 핵심 불펜으로 거듭났다.
17일까지 박정배는 7경기, 박희수는 6경기에 나선 현재 두 선수는 합쳐 13⅔이닝을 단 하나의 실점이나 자책점도 없다. ‘평균자책점 0’의 합작 행진이다. SK는 올해 8회와 9회 실점이 전체 14경기에서 6점에 불과하고 11경기에서는 아예 실점이 없다. 7회까지 앞선 4경기에서는 어김 없이 다 이겼다. 역시 박정배 박희수의 힘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박정배는 2승2홀드, 박희수는 1승3세이브를 수확했다.
박정배는 어깨 부상 후에도 여전히 140㎞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짝을 이루는 포크볼은 명불허전이다. 7이닝 동안 피안타율은 1할4푼3리에 불과하다. 박희수는 다소 떨어진 구속에도 불구하고 ‘칼제구’로 버티고 있다. 피안타율은 단 5푼이다. 구속이 떨어져 좀 더 코너워크에 신경을 쓰다 보니 볼넷은 많아졌지만 강심장은 어깨 통증과 무관했다.
SK 불펜은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의 공백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선수들도 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SK 불펜은 현 시점까지 별탈없이 흘러가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두 선수가 짊어졌던 짐들을 나눠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예비 전력’ 박정배와 박희수가 있다. 재활을 하며 나눴던 두 선수의 다짐이 SK의 뒷문을 ‘0’이라는 숫자로 도배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