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깬 SK 타선, 희망적 요소 보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18 16: 06

시즌 전 프리뷰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SK가 달라진 모습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려했던 마운드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1년 동안 잠이 들었던 타선이 눈을 뜨고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충분하다.
SK는 17일까지 9승5패(승률 0.643)를 기록해 두산(9승3패1무)에 이어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4.39로 리그 5위다. 이는 4위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한 단계 내려온 것. 타선의 기본적인 컨디션을 판단할 수 있는 팀 타율은 2할5푼3리로 리그 최하위다. 이 성적만 놓고 보면 SK의 지금 팀 성적은 이상하기까지 하다.
원동력은 달라진 타선이다. 막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고, 기어이 경기를 뒤집거나 우세를 지키는 한 방이 적시적소에 터지고 있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타선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다”라고 하던 팀 관계자들의 기대치를 조금씩 충족해가고 있다. 마운드보다는 구장 사정을 십분 활용한 ‘공격적’ 드라이브를 걸었던 구단의 선수단 구성 방식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 팀 홈런 1위, 거포 군단 꿈 이루나
전성기 당시에도 SK는 홈런이 적은 팀은 아니었다. 리그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운영 방점은 마운드에 찍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노쇠화 등으로 마운드의 힘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였던 최근 2년 동안에는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가 많아졌다. 투수들은 타선의 지원을 바라보다 제풀에 쓰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마운드가 판을 깔고, 타선이 쐐기를 박는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
괄목할 만한 부분은 팀 홈런이다. SK는 18일까지 14경기에서 16개의 홈런을 기록해 팀 홈런 선두로 치고 나갔다. 4번 정의윤이 홈런 4개를 친 것을 비롯, 최정과 고메즈가 3개, 박정권과 김성현이 2개, 이재원이 1개를 보탰다. 3번부터 8번까지는 언제든지 장타가 나올 만한 힘을 보여준 것이다. 17일 kt와의 경기(10-6 승)처럼 홈런포로 경기 흐름을 만들어가는 경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분위기 전환에 홈런만한 약도 없다.
▲ 기습적인 발야구, '희생번트' 이미지 바꿀까
김용희 SK 감독은 상대적으로 선이 굵은 야구를 신봉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타선이 침묵했다. 최정 김강민의 부상 속에 무게감과 기동력 모두가 떨어졌다. 성적을 내야 하는 벤치로서는 일단 주자를 보내놓는(희생번트) 작업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진 펀치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안정을 찾은 듯, 지난해와 비교하면 팀 도루가 늘고 희생번트가 조금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홈구장 환경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SK는 17일까지 총 13번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물론 실패도 8번이나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작전에 의한 ‘런앤히트 도루’의 몇 차례 실패가 끼어 있다. 이명기 조동화 고메즈 김강민이 뛰는 야구를 주도하고 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기동력의 야구도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지난해보다는 한결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희생번트는 6개로 지난해 경기당 평균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댈 타이밍은 대지만 기계적인 운영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전임 이만수 감독도, 김용희 감독도 사실은 희생번트보다는 방망이에 초점을 맞춘 유형의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팀 여건상 그러기가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오랜 기간 희생번트와 작전 야구에 길들여진 팀 스타일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상보다는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다. 올해는 그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뛰는 자원들이 한정되어 있지만 부단한 시도도 필요해 보인다.
▲ 강해진 집중력, 막판 뒷심도 발휘
SK는 올해 9승 중 4승이 역전승이며, 3번의 연장전 승리를 비롯해 네 차례나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선취점을 낸 7번의 경기에서는 6번 이겨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뒷심이다. 팀 타선의 강해짐을 점차 실감하고 있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다. 2~3점 지고 있더라도 타선의 힘을 믿고 마지막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지난해 저조한 타격감 속에 눌렸던 근성과 자신감이 올해는 방망이에 스며들고 있다.
SK의 1~3회 타율은 2할8푼으로 리그 6위, 4~6회 타율은 1할9푼3리로 리그 10위다. 하지만 7~9회에서는 2할7푼9리로 리그 1위, 연장전에서는 3할8리로 역시 리그 1위다. 경기 초반인 1~3회에는 10개의 홈런을 때려 넉넉하게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초반에는 대량득점의 방법인 홈런으로 기세를 만들고, 막판에는 끈질긴 집중력으로 경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 올라올 타율은 올라온다?
김용희 감독은 팀 장타력 상승에는 반색하면서도 “아직은 연결력이 부족하다”라는 냉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팀 타율 최하위인 SK는 팀 출루율(.343)에서 리그 7위로 조금 올라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타격이나 출루가 활발하지는 않다. 홈런을 쾅쾅 터뜨려 이기는 경기는 한 시즌을 통틀어서도 몇 경기가 안 된다. SK 타선이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방망이에 공이 맞아나가야 한다.
가능성은 보인다. SK의 주전 라인업에는 자신의 경력이 확실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 선수들은 초반 부진하더라도 한 시즌을 치렀을 때 결국 자신들의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최정(.229) 박정권(.255) 김강민(.244) 이명기(.225) 등은 지금 이 타율에 머물러 있을 선수들이 아니다. 결국 올라올 타율은 올라온다. SK의 팀 타율도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그래프를 기대할 수 있다.
득점권 타율에서 9위, 대타 성공률에서도 9위지만 어차피 이 지표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게 통계학적으로 증명됐다. 결국 팀 타율이 올라가면 이런 타율들도 덩달아 뛰게 된다. 현재의 장타 흐름에 연결력까지 좋아진다면 SK 타선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여기에 2군에서 승격을 벼르고 있는 유망주들도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좋은 흐름이다. 캠프 기간의 조련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쓸 수 있는 자원은 분명 많아졌다.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언젠가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SK 타선은 더 나은 내일의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어쩌면 이는, 좀처럼 탈출구가 열리지 않으며 1년 동안 주저앉았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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