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못해도, 뛰지 못해도 "티볼이 재미있어요"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4.19 06: 27

공이 굴러가는데 아무도 쫓아가지 않는다. 누가 먼저 베이스를 밟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일단 즐거운 야구가 있다.
지난 18일 오전 '롯데리아 찾아가는 야구교실' 행사 중 하나로 롯데리아와 한국티볼연맹 관계자들이 서울 구로구에 있는 성베드로학교를 찾았다. 성베드로학교는 1974년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로 지적 장애 학생들의 발달과 정서적 안정, 성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3년째 성베드로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는 올해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의 학생 35명과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이른 아침임에도 신나는 표정으로 미리 마련된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줄을 섰다.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음악에 맞춰 몸을 풀고 티볼에 대해 배웠다.

야구와 유사하지만 연식 야구공과 배트를 사용하고 투수 없이 티에 공을 놓고 치는 티볼은, 부상 위험이 거의 없으면서도 재미있어 유소년 야구 대용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적 장애 학생들이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이번 야구교실의 의의를 전했다.
물론 제대로 배트를 휘두를 줄 아는 학생은 몇 없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인 만큼 제대로 된 타격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가까웠다. 하지만 공을 살짝만 때리고도 굴러가는 공을 보며 꺄르르 웃고,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자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은 모두에게 미소를 머금게 했다.
학생들은 맛있는 간식을 먹은 뒤 2학년과 3학년 두 팀으로 나눠 티볼 경기를 펼쳤다. 학교 개방의 날을 맞아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도 학생들과 함께 경기에 참가했다. 경기 룰 자체를 완전히 습득하지는 못했다. 땅볼 타구가 굴러와도 왜 잡아야 하는지 모르는 야수, 경기 출장을 거부한 1번 타자 등 일반 야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속출했다.
그 가운데 공을 잡으면 무조건 홈으로 달려가 상대팀의 득점을 온몸으로 막은 곽승규 학생은 홈을 밟은 뒤 주자 상황을 보고 2루나 3루에 공을 던지는 '병살'을 시도하기도 해 많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곽승규 학생은 MVP를 받은 뒤 "지난해부터 2년 동안 했는데 정말 재미있다. 공을 잡는 게 가장 재미있다. (티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또박또박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에게 일반 공부가 아닌 '함께'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선생님들도 이날 학생들의 특별한 공부를 반겼다. 박용숙 성베드로학교 교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성이다. 아이들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약한데 이렇게 함께 번호에 맞춰 줄을 서고 경기를 하면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아이들이 원래 야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본다"고 전했다.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자세한 데이터 분석과 깊은 연구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야구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며 성장에 도움을 받는 특별한 학생들도 있다는 것 역시 야구가 가질 수 있는 선효과 중 하나다. /autumnbb@osen.co.kr
[사진] 롯데리아 유소년 야구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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