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눈앞’ 김광현, 포피치 원년 선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19 12: 59

커브-체인지업 구사율과 위력 배가
긍정적 효과 다수, 포피치 투수 원년될까
SK 에이스 김광현(28)이 통산 1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1승 당시와 99승 현재의 김광현은 적잖은 부분이 달라져 있다. 진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 그 진화가 앞으로 김광현의 승리를 담보할 희망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김광현은 올 시즌 3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비교적 무난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첫 경기였던 1일 인천 kt전에서 4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2경기에서는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4이닝에서 탈삼진이 16개은 반면 사사구는 3개에 불과했다. 실점도 딱 1점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김광현이 ‘포피치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광현은 초창기 빠른 공과 고속 슬라이더로 리그를 평정했다. 이는 여전히 김광현의 가장 큰 무기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그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부터 커브가 확실한 서드 피치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까지 가세하며 타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기록을 보면 김광현의 진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자료에 의하면, 김광현은 지난해 전체 구종의 49.7%를 포심패스트볼로 던졌다. 슬라이더가 35.6%로 그 뒤를 따랐다. 두 구종의 비율을 합치면 85%가 넘는다. 커브는 11.1%, 체인지업은 2.3%, 포크볼은 1.3%였다.
커브의 피안타율은 2할6리, 체인지업은 3할6푼4리, 포크볼은 4할이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233)에 비하면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확실히 높았다. 여기에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크게 나다보니 카운트 싸움에서 활용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캠프 때 이 구종들을 많이 던지며 제구 잡기에 나선 김광현은 올해 포피치 투수로의 진화 가능성을 유감없이 내세우고 있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구사 비율은 높아졌다. 지난 13일 인천 KIA전 당시 김광현은 총 108개의 공 중 빠른 공(40개)과 슬라이더(35개) 합계 비율이 70% 밑으로 떨어졌다. 빈자리는 커브(21개)와 체인지업(15개)이 채웠다. 일자별로 다소간 차이가 있을 뿐 커브와 체인지업 비율이 확실하게 늘어난 구종 분포도는 3경기 모두 유사하다.
이날 허용한 3개의 안타는 모두 빠른 공이 높게 제구되며 공략 당한 것이었다. 반면 커브가 두 차례, 체인지업 두 차례 모두 범타를 유도해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 생각한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율적으로 뺏었다고 볼 수 있다. 7일 롯데전에서도 커브와 체인지업은 단 한 개의 안타로 맞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하면 피안타율이 확실하게 줄었다. 여기에 스트라이크 비율도 높아졌다. 카운트 싸움에 활용할 수 있는 무기로 등장한 것이다.
김광현의 공을 받은 이재원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가 확실히 좋아졌다”라면서 “아무래도 상대 타자들이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온다. 이 정도라면 체인지업과 커브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통하지 않는 구종을 계속 요구하는 포수는 없다. 최근 김광현의 두 구종 비율이 높아진 것은 충분히 통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포피치 구사가 김광현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체력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아무래도 빠른 구종으로 윽박을 지르다보면 투수도 체력이 빠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으면 중간중간 적절히 투수의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김광현은 확실히 다른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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