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 선 박희수,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19 17: 31

박희수(33, SK)는 지난 1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기묘한(?) 경험을 했다.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4-6으로 뒤지고 있다 8회 2점을 만회하며 동점을 만든 SK는 필승 셋업맨인 박정배를 9회 투입했고 마무리 박희수를 10회에 넣었다. 박희수는 10회 위기를 정리했다. 그러자 SK 타선은 11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정의윤이 좌월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지명타자 정의윤을 수비로 내보내며 자리가 소멸된 SK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할 상황이었다. 벤치에 있는 야수 카드를 거의 소진한 상황에서 SK는 박희수가 그대로 타석에 섰다. 결과는 삼진이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박희수는 11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박희수는 이 상황에 대해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 타석에 들어선 것 같다”라면서 “앞으로 이런 상황이 다시 올지 모르겠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용희 감독은 박희수를 타석에 넣으면서 “배트를 휘두르지 말라”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박희수는 헛스윙도 한 차례 기록하며 남다른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주중 경기였다면 박희수를 2이닝 던지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휴식이라는 여유가 있었고 월요일 휴식이 예정되어 있었던 특수 상황이라 2이닝 소화를 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박희수의 투구수 제한은 내부적으로도 다 마련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어깨 통증에서 돌아와 SK의 마무리 자리를 되찾은 박희수는 시즌 초반 1승3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이고 있다. 피안타율은 5푼에 불과하다. 구속은 부상 전보다 떨어진 상황이지만 정교한 제구와 노련함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김 감독도 “저 정도 결과라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다”라면서 “일본 캠프나 시범경기 때까지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걱정도 한 게 사실인데 역시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흡족한 반응을 내놨다.
또 다른 마무리 후보였던 전유수도 허리 통증에서 돌아와 지난 17일 1군에 등록됐다. 김 감독은 “불펜 인적 자원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다만 경기에 들어가서 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면서 당분간 전유수는 조금 여유 있는 상황에 쓰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하지만 “적응기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은 현재 13명이 포함되어 있는 1군 투수진에 대해 “투수 하나를 줄이고 야수 하나를 더 쓰는 방안도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투수 부문이 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대타 카드 하나를 더 활용하기 위한 구상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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