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연일 홈런포...수비서도 안정감 증명
문제는 포지션 중복 현상...미네소타 선택의 순간 다가와
확실히 흐름을 탔다. 모두가 놀랄만한 대형홈런을 터뜨렸고, 최근에는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공격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국의 홈런왕’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가 빅리그 정복에 시동을 걸었다.

박병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인터리그 홈경기에 6번 타자겸 1루수로 선발 출장,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박병호는 지난 19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을 터뜨렸고, 최근 4경기에서 홈런 3개를 날렸다. 시즌 타율도 2할5리에서 2할3푼3리로 상승했다.
비록 이날 팀은 패했으나, 이번에도 홈런 타이밍이 절묘했다.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완 타일러 손버그의 78마일 커브를 놓치지 않고 통타,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케 하는 시원한 타구를 날렸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고, 에디 로사리오의 투런포로 경기 후반 5-5 동점에 성공했다. 9회초 젭슨이 무너지며 5연승에 실패했으나, 박병호의 존재감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경기였다.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1루수로 시즌 4번째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6회초 무사 1루에서 라몬 플로레스의 강습 타구에 3-6-3 더블 플레이를 엮어내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팀 사정상 매일 1루수로 출장할 수 없음에도 수비감각이 살아있음을 증명해냈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네소타는 21일부터 밀워키 2연전, 23일부터 워싱턴과 3연전 등 원정 5연전에 돌입한다. 인터리그 원정 경기로 내셔널리그 규칙으로 경기에 임한다. 즉 지명타자 없이 투수가 타석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는 박병호에게는 이번 5연전에선 출장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물오르고 있는 타격감이 꺾일지도 모른다.
일단 폴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를 경기 내내 벤치에 앉히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선발출장과 대타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박병호 입장에선 인터리그서도 1루수로 경기에 나서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이는 언젠가는 미네소타가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우익수로 미겔 사노를 기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노는 수비에서 좀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20일 밀워키전에서도 두 차례나 수비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사노는 매번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는 것을 두고 “외야수비를 하면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야수로 뛰는 게 편하지는 않다”고 우익수 적응에 애를 먹고 있음을 시인했다.
문제는 사노가 타격에서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 50타석도 소화하지 않았으나 47타수 9안타(타율 0.191) 1홈런 3타점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노를 우익수로 기용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까지 사노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나서곤 했다. 사노가 우익수 수비를 포기한다면, 박병호와 포지션이 겹치게 된다.
미네소타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박병호와 사노, 그리고 주전 1루수 조 마우어까지 모두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면 포지션이 중복된 선수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
[사진]조 마우어-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