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28)에게 패배의 기억은 꽤 됐다. 자신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기에서도 팀은 좀처럼 지지 않는다. 이런 켈리에게 8점의 득점 지원은 넉넉하다 못해 넘쳤다.
켈리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9월 19일 인천 KIA전 이후 7경기에서 4승 무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막판 4경기에서는 구원승 1승을 포함해 모두 승리를 따냈다.
올해 3경기에서는 자신의 승리가 없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탓이다. 켈리가 마운드에 서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2일 인천 kt전에서는 3점, 8일 인천 LG전에서는 2점, 14일 인천 KIA전에서는 한 점도 지원받지 못했다. 때문에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4, 두 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어찌 보면 불운했다.

하지만 SK는 이 세 차례의 경기에서 강한 뒷심을 발휘한 끝에 모두 이겼다. 그것도 세 차례 모두 끝내기 승리였다.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켈리로서는 그나마 위안을 얻을 만한 부분이었다. 이렇게 묵묵히 던진 켈리에게 SK 타선은 20일 인천 넥센전에서 드디어 화끈한 지원을 해줬다.
홈런 아니면 좀처럼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는 연결력 문제를 드러냈던 SK 타선은 이날 달랐다. 홈런으로 뽑은 점수는 전체 8점 중 딱 1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연속 안타, 그리고 상대 실책이 겹치며 뽑아냈다. 4회까지만 6점을 뽑았다. 이렇게 타선이 힘을 내자 켈리도 여유 있는 피칭으로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투타 조화를 이룬 SK는 9-1의 승리를 거두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사실 2회부터 4회까지는 모두 선두타자를 내보내며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더 강해지는 모습으로 6이닝 5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했다. 2회에는 이택근을 병살타로 처리했고, 3회에는 탈삼진 3개를 뽑아내며 주자들의 진루를 막았다. 이날 마지막 고비가 된 4회에는 김민성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타선 지원은 물론 수비 지원도 좋았다.
이로써 켈리는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은 물론 자신이 등판한 이 경기에서 모두 팀이 승리를 따내는 기분 좋은 행진을 이어갔다. 켈리 스스로는 다소간 불운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팀으로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법한 기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