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경기 평균자책점 0.69로 필승맨 등극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기분이 좋아 힘든지 모르겠다”.

두산 베어스 투수 정재훈(36)은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2014시즌이 끝난 후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프로 입단 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지만 갑작스러운 이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단순히 팀만 옮긴 것이 아니다. 성적이 달라졌다. 정재훈은 지난해 1군 10경기서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다. 필승조도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해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 완벽한 ‘필승맨’으로 돌아왔다. 김태형 감독도 불펜진을 두고 “정재훈이 잘 해주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정재훈은 벌써 9경기에 등판했지만 스스로는 “힘들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분이 좋아 힘든지도 모르겠다. 결과도 좋다”라며 웃었다. 필승조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을 두고 “불펜 투수라면 항상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하고 싶어 한다. 그걸 생각하고 훈련을 한다. 지금은 바랐던 대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전 팀에서 부진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정재훈은 “아쉽고 안타깝다. 롯데에서 잘 했어야 했다. 중요한 건 제가 롯데에서 못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열심히 해서 올라가려고 했다. 저도 두산 유니폼을 다시 입을지 몰랐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산에서도 저를 불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활의 비결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재작년 두산에 있을 때 보다 구위나 구속은 오히려 줄었다”면서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느려서 타자들이 못 치는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재훈은 “스피드는 중요하지 않다. 전력을 다해 던질 수 있다면 타자와 승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성기를 구가했던 젊은 시절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정재훈은 “연투를 하면 분명 몸이 힘든 것 같긴 하다”면서도 “모든 면에서 지금과는 다르다. 지금은 불안감이 별로 없다. 이전보다 지금이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여기서 못하면 인생이 끝날 것 같다’라고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뿐만 아니라 두산은 올 시즌 탄탄한 불펜진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부담감도 덜하다. 그는 “사이클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1년 내내 잘 할 수는 없다. 제가 잘 할 때는 제가 나가고, 다른 선수들이 좋을 땐 그 선수들이 된다. 그렇게 1년이 가는 것 같다. (오)현택이, (김)강률이도 좋고 지금 모두가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재훈은 “저도 같이 섞여가는 것이다. 작년 우승 팀 불펜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내가 잘 섞이는 게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