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우, 정상호와 호흡·커브 구사로 최근 3경기 무실점 행진
임정우가 이 기세 이어가면, LG는 올해 최우선 과제 해결
적신호에서 청신호로 바뀌려 한다.

LG 트윈스의 새 마무리투수 임정우(25)가 반등을 이루고 있다. 베테랑 포수 정상호와 호흡을 맞추며 2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달성했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임정우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하나씩 나오는 중이다.
불과 며칠 사이 다른 투수가 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먼저 볼넷이 사라졌다. 지난 14일 잠실 롯데전부터 최근 3경기 3⅓이닝동안 무사사구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4월 1일 개막전부터 12일 잠실 롯데전까지 6경기 5이닝 동안 볼넷 5개 평균자책점 7.20을 찍었던 것과 정반대다.
변화의 원동력을 볼배합에 있다. 임정우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부터 커브의 비중을 높였다. 특유의 낙차 큰 커브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커브를 스트라이크존에 넣기도 하고, 헛스윙 유도를 위해 홈플레이트 근처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커브의 위력은 20일 잠실 NC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8회초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임정우는 초구 커브로 박석민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9회초에는 손시헌을 상대로 커브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올렸고, 지석훈에게는 커브와 슬라이더로 구종의 속도와 낙폭에 꾸준히 변화를 주면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기본적으로 변화구 제구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볼배합이지만, 임정우는 이를 능숙하게 해냈다.
임정우는 NC전에서 승리에 마침표를 찍은 후 “커브가 원래 내 주무기인데 어느 순간부터 커브의 제구가 안 됐다. 리듬도 흔들리고 공도 손에서 빠졌다. 그런데 (정)상호 선배님께서 안 되도 던져보자고 하셨고, 점점 커브의 제구를 찾아가고 있다”며 “상호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물론 볼배합에는 정답이 없지만, 내가 볼배합을 하는 것보다는 상호 선배님의 리드를 따라가는 게 편하다. 커브를 던지면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전까지는 타자들이 직구와 슬라이더만 생각했는데 커브를 던지기 시작하니 확실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웃었다.
임정우의 커브는 LG 팀 내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선발투수 류제국은 임정우의 커브에 대해 “정말 정우가 부럽다. 나 역시 고등학교부터 커브를 주무기로 사용해오고 있으나 정우처럼 커브의 낙폭이 크지도, 정우처럼 제구가 잘 되지도 않는다. 정우의 커브를 보면 ‘만일 내가 저렇게 커브를 던질 수 있다면 10승을 그냥 할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임정우의 장점은 커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임정우는 140km 중후반대의 날카로운 패스트볼을 갖고 있고,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투구폼에도 작은 변화를 주면서 타자로부터 타이밍을 빼앗을 줄 알며, 주자 견제에도 능숙하다. 프로 입단 후 모든 보직을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 무기를 터득했다. 양 감독이 임정우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불펜 필승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갖고 있는 것을 부담 없이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마무리투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블론세이브를 범한 적이 없는 마무리투수 또한 없다. 임정우는 이전에 잘 안 됐던 부분에 대해 “너무 세게 던지려고만 했었다. 나도 모르게 직구 위주로 윽박지르려고만 했는데 그게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자신감과 여유가 많이 생겼다. 이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8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는데 괜찮다. 예전에 선발도 하고 롱릴리프도 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2016시즌 LG의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마무리투수 찾기다. 때문에 임정우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하기에 앞서, 상당한 고민과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양 감독은 “마무리투수란 정말 어려운 자리다. 때문에 하루아침에 마무리투수가 완성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우에게 보다 수월한 상황을 만들어주면서, 올 시즌 경험을 통해 차후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양 감독은 지난 NC전에서 임정우 뒤에 이동현을 준비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의 페이스라면 임정우의 마무리투수 정착도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커브와 함께 궤도에 오른 임정우가 이대로 고공질주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