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극한 투쟁의 상징 ‘굴뚝’은 평화로웠다. 바쁘게 오가는 노동자들이 얼굴에는 은은하게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작년 ‘티볼리’의 성공에 이어 최근 출시 된 ‘티볼리 에어’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쌍용자동차가 평택에 있는 조립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쌍용차는 작년 5월, 4년만에 기자들의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티볼리’가 출시 돼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때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안 돼 또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 사이 보여 줄 게 또 생겼다는 얘기다. 아니면 달리진 어떤 환경에 대응할 이슈가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평택 공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공장 벽면 곳곳에 비치 된 게시판에는 아예 ‘티볼리 성공을 위한 우리의 결의’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일종의 자유 게시판 형태의 보드에는 ‘대박’ ‘희망’ ‘도약’ ‘성공’ 이라는 글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조립 라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년에는 조립 1라인에서만 ‘티볼리’가 2교대 작업으로 생산 되고 있었다. 올해는 조립 2라인에도 티볼리 라인이 증설 됐다. 조립 2라인에서는 코란도 투리스모, 체어맨 W에 이어 ‘티볼리’가 가세함으로써 3개의 차종이 혼류 생산 되고 있었다. 세 차종의 생산 비율은 5:1:4다. 체어맨 W의 약세가 아쉽기는 하지만 ‘티볼리’의 위상은 2라인에서도 확인 되고 있었다.

조립 1라인은 작년 티볼리 출시와 함께 이미 1교대에서 주야 2교대로 전환 돼 83%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었고 조립 2라인도 티볼리 가세로 인해 작년 19%에 머물렀던 가동률이 20%로 올라갔다. 수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체어맨 W의 침체 영향이 있다. 평택 공장 전체 가동률도 달라진 수치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58% 수준에 머무르고 있던 가동률이 60%선으로 높아졌다.
더 중요한 것은 청사진이다. 쌍용차는 내년에 렉스턴 후속 모델 Y400, 코란도스포츠의 후속모델이자 픽업트럭인 ‘Q200’이 출시를 계획하고 있고 2019년에는 코란도C 후속모델 ‘C300’이 쌍용차의 SUV 라인업에 가세한다. 향후 3, 4년 사이에 평택 공장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 서 있는 셈이다. 그 시점이 오면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은 연간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도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조립 1팀의 심종보 기술 주임은 “티볼리 주문이 밀려 들면서 현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잔업 특근 등으로 몸은 힘들지만 그에 상응하는 기쁨이 있다. 고객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고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도 생겼다. 조립 1팀의 김성진 기술주임은 경쟁차종이 속속 출시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재 수요가 꾸준하고 매일 잔업 및 특근을 하느라 두려움을 느끼고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평택 공장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2009년의 기억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회사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시절이다. 회사와 노동자들은 ‘생존’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벽을 두고 파업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거듭 회사 주인이 바뀌고 최종적으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품 안에 자리를 잡았다.
티볼리는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인수 한 후 나온 첫 합작품이다. 그런데 그 티볼리가 강력한 ‘희망’의 불씨가 됐다. 2009년의 시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동아줄이다. 미래가 없는 기업이 얼마나 참혹한 현실을 만들어 내는 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다.

쌍용차가 1년만에 또 공장 투어를 실시한 외부적 환경도 있다. ‘티볼리’가 점령하고 있던 소형 SUV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가 대표적이다.
기아차는 ‘니로’를 출시하면서 대놓고 ‘티볼리’를 지목했다. 티볼리와 직접적인 가격 비교를 하며, 친환경 세제 혜택을 받으면 티볼리 보다 더 나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요지다.
쌍용차는 ‘니로’의 노골적인 공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평택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그 차원에서 기획 됐다. 티볼리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고, 평택 공장 사람들이 티볼리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쌍용차 내에서 티볼리는 이미 많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창사 이래 첫 내수 월간 5,000대 판매(15년 10월 5,237대) 모델이 됐고, 2016년 1분기 국내 소형 SUV 시장의 67.7%를 차지하는 지배 모델이 됐다. 티볼리로 인해 쌍용차의 월간 최대 판매 실적도 갈아치웠다.(2015년 12월 1만 5,000대 돌파)
롱보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도 우려했던 간섭 효과 없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 된 티볼리 에어는 한달만에 누적 계약 5,100대를 기록했다.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파업과정에서 해고 된 노동자들에게도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 왔다. 송승기 생산 본부장(상무)은 공장에서 치른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희망퇴직자 12명, 해고자 12명, 해고자 자녀 신규 채용 16명 등 총 40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조립, 물류 등 다양한 직무에 편성 돼 근무하고 있으며, 현장에 새로움과 활력을 불어 넣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티볼리 브랜드는 올해 ‘티볼리 에어’의 가세로 내수 수출 포함 9만 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지방의 도시명이기도 한 ‘티볼리’는 적어도 생산 공장이 있는 평택과 쌍용차 내에서는’희망볼리’였다. 그리고 그 희망은 이미 상당 수준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100c@osen.co.kr
[사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의 활기 넘치는 조립라인. 맨 아래 사진은 송승기 생산 본부장. /쌍용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