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떠난 자리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해 메울 수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 강타자들의 해외 진출 러시에 대해 "한 자리가 비면 누군가가 나오게 돼 있다. 박병호 대신 누군가가 홈런왕에 오를 것이고 구자욱과 같은 깜짝 스타가 탄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오재일(두산), 김문호(롯데), 정의윤(SK)이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들의 활약은 팀내 전력 향상 뿐만 아니라 리그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재일은 2005년 데뷔 후 만년 기대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뛰어난 체격 조건에서 뿜어 나오는 파괴력은 뛰어난 반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일 현재 타격 1위(.487)를 질주하는 등 타격에 눈을 떴다.

오재일은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다. 나 스스로도 왜 이렇게 잘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그동안 준비를 정말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재 모습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오재일은 "지금껏 3할 타율을 달성한 적도 없고 1군 풀타임으로 뛴 적 또한 없다. 타격 순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부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대 야구에서 공격형 2번 타자가 대세다. 일반적으로 2번 타자는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을 가진 타자를 배치하는 편이다. 1번 타자가 출루하면 희생번트를 통해 주자를 득점권에 안착시키는 게 2번 타자의 통상적인 임무. 이젠 다르다.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타자를 2번에 배치해 타선의 집중력을 중심 타선까지 연결시키는 추세다.
김문호는 공격형 2번 타자의 모범 사례다. 2006년 데뷔 후 줄곧 유망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20일 현재 타율 4할7푼8리(46타수 22안타) 7타점 9득점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장종훈 코치님이 주문하신 부분들을 충실히 했고 믿음을 가졌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김문호의 말이다.
지난해 LG에서 SK로 이적한 정의윤은 올해 들어 타격 능력이 한 단계 더 향상됐다. 4번 중책을 맡은 정의윤의 해결사 능력은 단연 돋보인다. "올해는 반드시 잘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던 그는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일 현재 시즌 타율은 2할7푼(63타수 17안타)에 불과하나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7푼1리에 이른다. 타점 1위(20), 홈런 공동 3위(4개) 등 파괴력을 과시 중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데뷔 첫 100타점 고지 등극과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14개)을 뛰어 넘는 것도 확실시된다. 올 시즌 약체로 분류됐던 SK의 상승세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재일, 김문호, 정의윤은 수 년간 2군 무대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이들의 활약은 수많은 2군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 아직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땀의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아는 만큼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what@osen.co.kr
[사진] 오재일-김문호-정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