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력 누수에도 5할 승률 ‘선전’
정확한 팀 계획과 시즌 운영 원동력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호로 떠오른 넥센은 지난해 겨울 또 한 번 전력누수를 받아들여야 했다. 팀의 4번 타자였던 박병호는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택했다. 투·타의 핵심 선수였던 손승락(롯데)과 유한준(kt)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소속팀을 옮겼다. 조상우와 한현희는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팀 전력의 상당수가 빠져 나갔다.

2014년 겨울 강정호의 이적에 이어 또 한 번 집안이 휘청거릴 위기였다.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수밖에 없었다. 팀의 로스터를 봐도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을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염 감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75승을 해야 한다”는 기본 전략 속에 큰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만한 큰 틀의 개혁이 이뤄진 적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대대적인 팀 재편이 이뤄졌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터라 망설임은 없었다. 염 감독의 재빠른 대처 속에 빈자리를 채울 선수들이 속속 낙점됐다. 염 감독은 “항상 그렇듯 마무리캠프 때 다음 시즌의 거의 모든 것을 정해놓고 한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예년에 비해 계산이 잘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떠올렸다. 가장 처음 손을 댄 부분은 박병호와 유한준이 빠져 나간 타선이었다.
염 감독은 “3년 동안 타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던 팀이었다. 하지만 마운드와 타선 모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안 됐다”라면서 “그래도 타선에는 이택근 서건창 김민성 윤석민 대니 돈이 있었다. 기본적인 자원들이 있었다. 나머지는 빠른 선수들로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즌 직전에는 트레이드로 채태인을 데려오며 타선 구상을 마무리했다.
마운드도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손승락이 나간 마무리 자리는 김세현을 낙점했다. 염 감독은 “이미 마무리캠프 때 그렇게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선발보다는 마무리 쪽에서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신재영은 선발로 준비를 시키면서 전지훈련 때까지 선발·불펜을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김세현과는 반대로 선발에서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보근은 제대 1년 전부터 준비를 시켜놓은 터였다.
새 얼굴, 자신의 경력이 확실하지 않은 선수들에 대한 우려는 컸다. “꼴찌 후보”라는 극단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염 감독의 그림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타선의 장타력은 약화됐지만 기동력과 수비력은 조금 더 좋아졌다. 고종욱과 임병욱이 들어가면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마운드는 기대 이상의 힘이다. 신재영은 최고 히트상품을 떠올랐고 김세현은 세이브, 이보근은 홀드 부문에서 각각 1위를 내달리고 있다.
그렇게 넥센은 20일까지 8승7패1무를 기록하며 5할 이상의 승률에서 버티고 있다. 염 감독은 이미 시즌 전 주별로 승패 예상도를 짜놨다. 넥센의 사정은 물론 상대팀의 선발 투수까지 다 고려한 철저한 수 계산이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의 전력상 달릴 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첫 두 달은 5할 승률에서 버티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지금까지 성적은 괜찮다. 염 감독도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박수를 쳤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객관적인 전력은 강하다고 볼 수 없다. 염 감독은 “우리는 버텨야 한다. 처지면 올라올 힘이 없다. 다른 팀들은 전력이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전력도 없다. 승패차 -5가 마지노 선이다”라고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냉정함이 장기 레이스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잡을 경기를 확실히 잡는 넥센의 최근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의 큰 그림이 넥센의 잔잔한 돌풍을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