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일 년’ 예상보다 빠른 이준형의 성장세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4.21 13: 16

이준형, 약 1년 전 트레이드 통해 LG 합류
지난 경기서 통산 첫 승...오늘 NC전 선발 등판
“2, 3년 후를 내다보고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20일 LG 트윈스와 kt 위즈는 2대 1 트레이드를 단행, 포수 윤요섭(34)과 내야수 박용근(32)이 kt 유니폼을 입고, 우투수 이준형(23)은 LG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두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성립된 트레이드였다. 당시 첫 1군 무대를 치르는 kt는 내야진 즉시전력이 필요했고, LG는 미래를 맡길 선발투수를 원했다. 양상문 감독은 “이준형 선수를 시범경기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퓨처스리그 맞대결에서도 우리 전력분석팀의 평가가 좋았다”며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정도로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투수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준형 선수는 선발투수로 키우려고 생각 중이다. 당장 1군에 올리지는 않고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키워가려고 한다. 2, 3년 후를 내다보고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형은 LG에 합류하자마자 이천에서 선발수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8월 5일 1군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선발투수 데뷔전을 치렀다. NC를 상대, 1회에는 삼자범퇴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회 첫 타자 테임즈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 퀵모션에서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며 볼넷과 함께 자멸했다. 1⅔이닝 1실점으로 조기강판, 험난한 신고식을 치른 이준형은 9일 후 SK를 상대로 다시 선발 등판했으나 이번에도 ⅔이닝 4실점(1자책)으로 일찍 마운드서 내려갔다. 이날도 역시 볼넷 3개를 비롯해 사사구 4개를 범한 게 문제였다. 
애초에 장기 프로젝트로 바라본 만큼, LG 코칭스태프와 이준형 모두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준형은 담담하게 2군행을 받아들이며 다시 이천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9월 3일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 경기에서 완봉승을 달성, 재도약 가능성을 높였다. 시즌 후 이준형은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성과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드러났다. 투구시 키킹 동작에 변화를 주면서 향상된 제구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범경기에서 기복을 보이긴 했으나, 여러모로 지난해보다 안정된 투구였다. 행운도 따랐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당초 5선발투수로 내정했던 봉중근이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 2016시즌 개막에 앞서 선발진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선발투수로 1군 마운드에 올랐고, 이번에는 나름 이닝을 소화했다. 2016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9일 문학 SK전에서 4이닝 3실점.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선 5⅔이닝 2실점으로 통산 첫 승리를 따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슬로우 커브로 승부수를 띄우는 여유를 보였고, 보다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타자와 정면승부에 임했다. 1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사사구는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이준형이 첫 승을 거둔 다음날 양 감독은 “준형이의 투구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자신의 투구폼이 잘 제어가 되고 있다. 준형이는 어리지만 항상 야구만 생각하는 친구다. 이런 선수들이 금방 늘 수 있다”고 활짝 웃었다. 덧붙여 “당분간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는 없다. 이준형까지 선발진에 넣고 시즌을 운용할 계획이다”며 이준형이 경험과 함께 선발투수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최근 KBO리그는 모든 팀이 토종 선발투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만 봐도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투수는 7명 밖에 안 된다. 특히 20대 초중반 선발투수는 거의 전멸이다. NC 이재학 정도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자기 몫을 하는 젊은 선발투수를 찾기 힘들다.
이준형은 21일 잠실 NC전에서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에 임한다. 상대 선발투수는 이재학. 양 감독과 코칭스태프 모두 이준형이 1군 선발투수로 올라오기까지 2, 3년이 필요하다고 봤으나, 이대로라면 그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전면 리빌딩 속에서도 성적을 내고 있는 LG가 젊은 선발투수까지 키워낼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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