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우완투수 김건한이 친정을 상대로 인생투를 펼쳤다.
김건한은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BO리고 KIA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회까지 2피안타 1볼넷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쳤다. 팀 타선은 15안타를 쏟아내며 8-1로 대승,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김건한은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예정이었던 벨레스터가 팔꿈치 통증을 일으키자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은 오전에 김기태 KIA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 류감독은 경기전 "최소한 4이닝을 버텨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욱이 상대 선발투수는 연봉 170만 달러 헥터 노에시였다. 전날 2이닝을 소화한 소방수 안지만도 등판이 불투명해 불리한 여건이었다. 그러나 김건한은 '야구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깜짝 인생투를 펼친 것이다.
1회초 타선이 선제점을 뽑아줘 꽃길을 열어주었다. 1회말 1사후 서동욱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김주찬과 필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2회에는 이범호 김주형 나지완을 모두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처리했다.
3회에서도 1사후 백용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신종길 삼진, 서동욱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4회는 김주찬, 필, 이범호 클린업트리오를 범타로 요리했다. 볼이 낮게 낮게 깔려 들어오는데다 포크와 슬라이더 등 떨어지는 변화구에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타선도 화끈했다. 5회까지 헥터를 상대로 12개의 안타를 쏟아내며 8점을 몰아주었다. 5회는 김주형에게 좌월 2루타와 나지완 사구를 내줬지만 큰 스윙을 하는 KIA 후속 세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하고 승리 요건을 완성하고 투구를 마쳤다. 투구수 83개. 직구의 제구가 좋았고 슬라이더와 포크의 각이 예리했다. KIA 소속이던 지난 2011년 8월 9일 광주 LG전 이후 1717일만의 선발승리였다.
지난 2012년 조영훈과 맞트레이드로 삼성으로 이적한 김건한은 주로 추격조로 뛰었다. 2014년에는 김희걸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팀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어려운 가운데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 인생투를 엮어냈다. 상대선발 헥터는 12안타를 맞고 8실점, 5회 도중 강판했다. 야구의 오묘한 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 김건한의 역투였다.
경기후 김건한은 "다소 멋적은 기분이다. 갑자기 등판하게 됐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던진 것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 카운트 잡기 위해 투심을 많이 던졌고 결정구로 슬라이더와 포크를 던졌다. 개명후 성과가 없어 걱정했는데 오늘 이후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