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넥센 악몽 부른 정의윤의 창조도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21 21: 26

열심히 뛴 정의윤(30, SK)에게 달콤한 보상이 주어졌다. 폭주하는 정의윤에 당황한 넥센이 공짜로 1점을 내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보이지 않았던 그 점수가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SK와 넥센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위닝시리즈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넥센이 2회 박동원의 2점 홈런으로 먼저 앞서 나갔지만 SK는 3회 1점을 만회한 것에 이어 4회 최정이 동점 솔로포를 터뜨리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무게추가 SK쪽으로 살짝 쏠린 것은 하나의 주루가 발단이 됐다. 주루, 도루와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인 ‘4번 정의윤’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 4회 최정의 동점 솔로포 이후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 정의윤은 1사 1루에서 기습적인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발에 비해 주루 센스가 좋은 정의윤의 회심의 주루였다.

이에 당황한 넥센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살짝 빗나가 정의윤은 2루에서 살았다. 그러나 송구가 튀어 외야로 향했고 이를 재빨리 파악한 정의윤은 3루로 뛰기 시작했다. 여기가 승부처였다. 3루로 뛰다 잠시 주춤한 정의윤의 속도는 확실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공을 잡은 넥센 중견수 임병욱이 곧바로 3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승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공이 기다리고 있던 수비수의 키를 넘긴 게 문제였다. 백업을 들어온 투수 코엘로가 이리 저리 어지럽게 튀는 공을 잡아 보려고 애쓰는 사이, 정의윤은 기진맥진한 다리로 홈을 밟았다. 넥센으로서는 실책으로 안 줘도 될 점수를 준 셈이 됐다.
사실 넥센은 전날(20일)에도 송구 실책 두 개가 실점으로 연결되며 1-9 완패를 당했다. 0-2로 뒤진 3회에는 정의윤의 적시타 때 1루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는 정의윤을 잡으려는 박동원의 송구가 결과적으로 과욕이 돼 공이 빠져 추가로 1실점했다. 6회에도 역시 송구 실책이 나와 실점의 빌미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공격력의 저하를 수비와 주루로 만회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처럼 타격으로 상대를 몰아붙일 수 없는 상황이니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틀 연속 송구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주지 않아야 할 점수, 오히려 막아야 할 점수를 준 넥센은 염 감독의 계산대로 두 경기 모두 고전했다.
반면 SK는 전체적으로 팀 기동력이 처져 있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린라이트를 가지고 있다. 정의윤의 이날 기습도루도 자신의 판단에서 나온 시도였다. 물론 이날도 두 차례나 도루자를 기록하며 성공률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아예 뛰지 못하는 팀”과 “뛸 수 있는 팀”의 이미지는 상대 배터리에 머리에 적잖은 차이를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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