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SK텔레콤-'무결점 호랑이' ROX, 봄의 왕관은 누구 품에?
OSEN 신연재 기자
발행 2016.04.23 06: 58

 지난 1월 13일, 추웠던 겨울날 첫 발을 내디뎠던 롤챔스 스프링 2016시즌이 두 달여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선수부터 감독까지 유독 팀들의 엔트리 변화가 많았던 스토브리그를 거치며 시작된 이번 시즌은 ‘혼돈의 롤챔스’라고 표현될 정도로 강팀의 약세와 약팀의 강세가 이어졌다.
‘봄의 맹호’ ROX는 그 혼란 속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감했던 ROX는 2라운드에서도 단 2경기만을 패해, 16승 2패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ROX가 빛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피넛’ 윤왕호의 영입과 맞물린 정글 메타 변화였다. 지난 2015시즌이 ‘벵기’ 배성웅을 ‘정글 그 자체’의 자리에 올려 놓은 커버형 정글 메타였다면, 이번 시즌은 니달리, 킨드레드, 그레이브즈를 주축으로 캐리형 정글의 세상이었다. 덕분에 공격성이 짙은 윤왕호의 합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팀’이었던 ROX를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ROX가 승리를 거둔 경기들을 살펴보면(세트 승률 82.9%로 거의 대부분 승리했지만) 윤왕호의 손끝에서 스노우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유의 거침없는 카운터 정글로 상대 정글러를 무력화시키고 본인은 폭풍 성장해 라이너를 1대 1로 박살내는 장면도 다수다. 스베누전에선 롤챔스 역사상 최초로 상대 정글러 ‘플로리스’ 성연준에게 단 하나의 버프도 허용하지 않으며 14버프 컨트롤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더불어 새로운 국내 최고 탑솔러로 떠오른 ‘스멥’ 송경호의 위압감도 대단히 높다. 지난 시즌, ‘마린’ 장경환의 빛에 가려 제아무리 잘해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탑 라이너’라는 명성에 그쳤던 송경호가 장경환의 중국 진출과 함께 이번 시즌 롤챔스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그렇다고 호랑이가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고 폄하할 수도 없다. 송경호가 전성기 때의 장경환에 버금가는, 어쩌면 그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올 시즌 송경호가 보여준 모습은 초반 라인전 압도와 더불어 텔레포트 활용, 로밍 등으로 팀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플레이, 믿기 힘든 한타 피지컬, 당하는 입장에선 정말 괴로운 스플릿 푸시 등이다. 쉽게 말하면 약점을 찾아볼 수가 없는 선수라는 것. 챔피언 폭도 굉장히 넓어 그만의 ‘조커 카드’를 종종 활용해 상대로 하여금 밴픽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ROX가 탑과 정글의 강력함을 발판 삼아 전 라인에서부터 우위를 점하며 매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나갔다면, ‘디펜딩 챔피언’ SK텔레콤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정글 메타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벵기’ 배성웅의 부진은 신예 정글러 ‘블랭크’ 강선구의 기용을 강제했다. 하지만 롤챔스에 첫 발을 내민 강선구에게 큰 무대라는 압박감은 다소 버거워 보였다. 장경환의 공백을 메운 ‘듀크’ 이호성도 팬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존재감을 뽐내지 못하며 SK텔레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탑-정글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불똥은 ‘페이커’ 이상혁에게 튀었다. 가만두면 일내는 선수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상혁은 매판 집중 포화를 맞았고, 슈퍼 플레이로만 보였던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무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은 SK텔레콤 걱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IEM 월드 챔피언십을 기점으로 현실이 됐다. 경험 부족과 긴장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강선구가 IEM을 기점으로 본래의 기량을 본 무대에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함께 이호성도 제 궤도에 올랐다. IEM 전승 우승을 이루고 돌아온 SK텔레콤은 탑-정글의 안정감을 발판 삼아 7승 2패라는 높은 성적으로 2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SK텔레콤은 포스트 시즌을 거치며 점점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를 꺾고 올라온 진에어를 3-1로 제압했고, 플레이오프에 만난 KT에게는 3-0으로 2라운드 패배를 완벽히 되갚아줬다. 이젠 그 누구도 SK텔레콤의 탑-정글을 약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두 달이 넘는 정규 시즌 동안 명실상부한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ROX와 리빌딩이라는 과도기를 이겨내고 과거의 영광을 지키려는 SK텔레콤, 두 팀의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바로 오늘 23일 펼쳐진다. 치킨 한 마리를 앞에 두고 이 세기의 ‘꿀잼’ 대결을 꼭 지켜보라고 과감히 추천하고 싶다. /yj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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