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아픔’ 문승원, 독기 품고 돌아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24 09: 00

‘오키나와 기대주’에서 중도 탈락 아픔
공격적인 승부 인상적, 달라진 면모 과시
2016년 3월 3일은 문승원(27, SK)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남아있다. 팀의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캠프에서 짐을 쌌다. ‘캠프 중도 탈락’이었다. 짐을 싸 곧바로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었던 대만 타이중으로 날아왔다.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문승원은 표정은 복잡했다. 이동 중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문승원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비어 있는 5선발 후보 중 하나였다. 기회도 있었다. 꾸준히 연습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그랬다. 김용희 SK 감독은 “선발이라면 자신의 공을 믿고 싸움닭처럼 달려드는 기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승원은 그렇지가 못하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문승원이 2차 캠프를 완주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달라지겠다”라고 강조했던 문승원이다. 문승원은 군에 입대하기 전에도 큰 기대를 모았던 선발 자원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 때문에 중용되지 못했다. 시속 140㎞ 후반대의 빠른 공과 여러 가지 변화구를 갖춘 좋은 재목이었지만 “심장이 약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문승원도 이를 알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특별캠프 당시 “군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심리적으로 강해지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경쟁이라는 부담감에 그런 다짐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문승원은 대만 캠프와 시즌 초반 2군 등판에서 절치부심했다. 상대적으로 편한 상대들과 만나 ‘전투력’을 불태웠다. 그리고 예상보다 좀 더 일찍 기회가 왔다. 개막 5선발인 윤희상의 부진으로 선발 한 자리가 비었고 김 감독은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문승원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독기를 품은 문승원은 달라져 있었다.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그 결과는 SK 마운드의 한줄기 빛이었다.
문승원은 2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 올 시즌 첫 등판, 5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 에릭 테임즈에게 2점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이닝은 무실점으로 버텼다. 여러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갔다는 점에서 더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자신이나 팀이나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문승원의 재발견은 이날 팬들의 최대 위안으로 남았다.
최고 148㎞가 나온 빠른 공으로 상대 타선과 공격적인 승부를 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를 적절히 섞으며 탈삼진 6개를 잡아냈다. 데뷔 후 첫 5이닝 3실점 이하 경기에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NC 타선을 상대로 배짱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1회 홈런을 맞았던 테임즈를 나머지 두 타석에서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것은 문승원의 달라진 심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승원은 “처음에는 긴장한 것도 있었는데 못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내려오자고 마음 먹었다”라면서 “타자들이 나에 대한 정보가 없어 공을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던지고자 했다”라고 당시 경기를 떠올렸다. 오래간만에 1군에서 던진 것에 대해서는 “항상 새로운 느낌이다. 1군에서 공을 던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김용희 감독도 흐뭇한 눈치다. 제구 쪽에 다소간 문제가 있었지만 씩씩하게 잘 던졌다며 박수를 보냈다. 돌고 돌아온 5선발 경쟁에서도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모양새다. 문승원은 “힘이 들어가니까 공이 높게 들어가더라. 더 앞으로 끌고 나와서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도 “‘맞는다고 다 안타냐’라는 자기암시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마음가짐을 계속 이어간다면 문승원의 공은 좀 더 빛을 발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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