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타율 .164 규정타석 최하위
부진 지워버리는 강력한 타선의 힘
외국인 타자의 부진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지만 두산은 끄떡없다. 강팀은 특정 선수 부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13승4패1무 승률 7할6푼5리. 시즌 초반부터 1위로 치고 나가고 있는 두산의 몇 안 되는 고민거리 중 하나는 외인 타자 닉 에반스의 부진이다. 에반스는 시즌 18경기에서 61타수 10안타 타율 1할6푼4리 1홈런 5타점 OPS .543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타율을 규정타석을 채운 69명의 타자 중에서 가장 낮은 최하위. OPS 역시 66명으로 바닥에 있다. 신입 외인 타자들이 대부분 고전하며 KBO리그 적응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에반스가 가장 고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진의 티가 크게 나지 않는다.
에반스가 못 쳐도 두산은 이긴다. 다른 국내 타자들이 워낙에 잘해주기 때문이다. 두산은 팀 타율 2위(.297)뿐만 아니라 출루율(.383) 장타율(.451) OPS(.834)에서 1위에 오르며 경기당 평균 득점 역시 6.4점으로 10개 구단 중에서 단연 1위에 올라있다.
오재일(.488) 김재환(.375) 양의지(.345) 민병헌(.338) 김재호(.321) 박건우(.319) 최주환(.308) 등 3할대 고타율의 타자들이 타선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3번 민병헌은 벌써 홈런을 5개나 터뜨렸고, 김재환도 4개로 뒷받침한다. 오재일과 양의지도 3개씩 쳤다.
에반스가 득점권에서 20타수 1안타 타율 5푼으로 4번 중심타선에서 찬스를 끊어먹고 있지만, 3번 민병헌(.364)과 5번 양의지(.300)가 앞뒤에서 그 공백을 없앤다. 하위타선에서는 오재일·김재환·김재호가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핵타선이 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에반스의 부진이 계속 되고 있지만 팀 성적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믿고 기다려주고 있다. 선발에서 1경기 빠졌지만 나머지 17경기 63타석은 모두 4번 타순에 고정돼 있다. 부진하다는 이유로 적응에 바쁜 새 외국인 타자의 타순을 이리 저리 옮겨놓지 않는다.
김 감독은 "에반스가 나가면 이긴다"는 농담을 던지며 "지금 방망이는 못 쳐도 (1루에) 잘 나간다. 타격도 조금씩 밸런스가 좋아지며 타구들도 괜찮게 나온다"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 1위에 오른 팀 성적으로 부진이 덜 조명되는 에반스가 긴 침묵을 깰 때 두산은 더 강해질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