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의 단두대 제철가 더비는 '아우' 전남의 승리로 끝났다.
전남은 24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7라운드 원정 경기서 전반 45분 오르샤의 그림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포항을 1-0으로 물리쳤다.
전남은 이날 승리로 개막 후 6경기 무승에서 탈출하며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승점 6을 기록하며 인천을 따돌리고 탈꼴찌에 성공, 11위에 자리했다. 반면 포항은 승점 7, 10위에 머물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기나 긴 7경기(2무 5패) 연속 무승 수렁에 빠졌다.
백척간두의 승부였다. 전통의 명가 포항과 전남의 올 시즌은 동병상련이다. 모기업 포스코의 철강산업 악화로 지갑을 닫아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포항은 김승대 고무열 신진호 조찬호 등 주축 자원들이 팀을 떠났다. 황선홍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전남도 공수의 핵인 이종호와 임종은이 적을 옮겼다. 포항은 10위, 전남은 개막 후 6경기(3무 3패) 연속 무승 늪에 빠지며 꼴찌에 머물렀다. 자연스레 제철가 더비는 단두대 매치가 됐다. 이기면 반등, 지면 낭떠러지 추락이였다.
포항은 최전방의 라자르를 필두로 좌우 측면 공격수로 심동운과 이광혁이 나섰다. 중원은 문창진과 김동현, 황지수가 역삼각형 대형을 이뤘다. '캡틴' 황지수가 홀딩 미드필더 역을 맡았다. 포백라인은 왼쪽부터 이재원 김광석 김준수 박선용이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부상에서 돌아온 신화용이 꼈다.
이에 맞서는 전남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K리그 12개 구단 최소 득점에 그치고 있는 전남은 스테보를 대기명단에 넣은 채 배천석을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시켰다. 안용우는 명단 제외됐다. 2선은 이지민 유고비치 오르샤 이슬찬이 지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정석민이 선택을 받았다. 포백라인은 현영민 고태원 이지남 최효진이 형성했다. 골문은 김민식이 사수했다.
전남은 전반 15분 이지민의 슈팅이 굴절돼 옆그물을 때렸다. 포항은 10분 뒤 코너킥 찬스서 이재원의 왼발 슛이 골키퍼 가슴에 안겼다.
포항은 전반 38분 위기를 맞았다. 김동현이 하프라인 부근서 발을 높이 들어 이슬찬의 얼굴을 가격, 다이렉트 퇴장을 받았다. 포항은 어쩔 수 없이 문창진을 빼고 박준희를 투입했다.
전남은 전반 43분 이슬찬의 회심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2분 뒤 그림 같은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르샤가 유고비치의 패스를 받아 이광혁을 제치고 오른발 무회전 슛을 시도했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포항의 골문 상단을 갈랐다. 신화용도 손 쓸 도리가 없는 원더골이었다.
포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라자르를 빼고 정원진을 넣으며 변화를 꾀했다. 우측면 공격수 이광혁이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올라섰고, 정원진이 그의 자리를 꿰찼다. 여의치 않자 최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공격적인 스리백 카드였다. 김준수 김광석 이재원이 최후방을 지키고, 심동운 대신 들어간 박선주와 박선용이 좌우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기회를 노렸다.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기본적으로 전남의 수비가 단단했다. 포항은 발이 맞지 않았다. 익숙치 않은 옷이 낯설은 듯했다. 결정적인 순간 패스미스를 남발했다. 포항은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젖먹던 힘을 짜냈다. 승부의 여신은 끝내 전남의 손을 들어줬다.
■ 24일 전적
▲ 포항 스틸야드
포항 스틸러스 0 (0-1 0-0) 1 전남 드래곤즈
△ 득점= 전 45 오르샤(전남)/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