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 제철가 더비, 아우 전남이 웃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4.24 17: 00

'아우' 전남 드래곤즈가 '형님' 포항 스틸러스를 제물로 7경기 만에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전남은 24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7라운드 원정 경기서 전반 45분 오르샤의 그림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포항을 1-0으로 물리쳤다.
전남은 이날 승리로 개막 후 6경기 무승에서 탈출하며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승점 6을 기록하며 인천을 따돌리고 탈꼴찌에 성공, 11위에 자리했다. 반면 포항은 승점 7, 10위에 머물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기나 긴 7경기(2무 5패) 연속 무승 수렁에 빠졌다.

제철가 형제가 벼랑 끝에서 맞닥뜨렸다. 백척간두의 승부였다. 전통의 명가 포항과 전남의 올 시즌은 동병상련이었다. 모기업 포스코의 철강산업 악화로 지갑을 닫아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포항은 김승대 고무열 신진호 조찬호 등 주축 자원들이 팀을 떠났다. 황선홍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전남도 공수의 핵인 이종호와 임종은이 적을 옮겼다. 포항은 10위, 전남은 개막 후 6경기(3무 3패) 연속 무승 늪에 빠지며 꼴찌에 머물렀다. 이기면 반등, 지면 낭떠러지 추락, 제철가 더비는 단두대 매치였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분위기 반전을 해야 하는 경기"라면서 "(황)지수가 후반에 체력적으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벼랑 끝에서 처음으로 '아우' 전남과 제철가 더비를 벌이는 최 감독은 "형제 구단이라고 해도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며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노상래 전남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경기 퇴장으로 벤치에 앉지 못한 그는 "지난해에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는데 올해엔 밑에서 올라가는 맛을 보겠다"면서 "형제이지만 포항도 우리도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다"라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뚜껑을 열자 예상대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싸움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다. '형제'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운 듯했다. 선수들은 몸을 내던졌다. 전반 중반 포항의 좌측면 수비수 이재원이 이슬찬과 공중볼 다툼서 충돌하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이슬찬에겐 경고가 주어졌다. 전반 38분엔 중대한 변수가 찾아왔다. 포항의 중앙 미드필더 김동현의 발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하프라인 부근서 이슬찬의 머리를 발로 가격해 다이렉트 퇴장을 받았다.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
팽팽하던 균형은 이내 전남으로 치우치기 시작했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문창진을 빼고 박준희를 투입하며 급한 불을 끄고 후반을 기약하려 했다. 전남이 단 한 번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소년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해결사' 오르샤가 일을 냈다. 아크서클 왼쪽에서 이광혁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이 포항의 골문 상단을 갈랐다. 베테랑 수문장 신화용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원더골이었다.  
최진철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변화를 꾀했다. 라자르 대신 정원진을 투입했다. 우측면 공격수 이광혁을 제로톱의 꼭짓점으로 올렸다. 정원진은 2선 중앙과 우측면을 오가며 문창진의 역을 대신했다. 수적 열세에 몰린 포항은 쉽사리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남은 공간 활용을 충분히 하며 손쉬운 경기를 펼쳤다. 
최진철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2분 심동운 대신 박선주를 투입해 박선용과 함께 양 측면에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주문했다. 김준수 김광석 이재원은 최후방을 지켰다. 골이 필요한 포항의 공격적인 스리백 카드였다.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기본적으로 전남의 수비가 단단했다. 포항은 발이 맞지 않았다. 익숙치 않은 옷이 낯설은 듯했다. 결정적인 순간 패스미스를 남발했다. 포항은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젖먹던 힘을 짜냈다. 승부의 여신은 끝내 전남의 손을 들어줬다.
제철가 형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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