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허리에 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곪아터졌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23일 안방인 포항스틸야드서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전남 드래곤즈와의 제철가 더비였기에 더 뼈아팠다. 수적 열세를 만회하지 못한 채 0-1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포항은 이날 패배로 승점 7, 10위에 머물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지긋지긋한 7경기(2무 5패) 연속 무승 늪에 빠졌다. K리그만 해도 5경기 연속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설상가상 구심점 노릇을 하던 '주장' 황지수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후반 중반 스테보와 공중볼 경합 도중 코뼈 부상을 입어 3주에서 4주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다. 손준호가 무릎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가운데 그의 공백을 메우던 김동현도 전남전서 퇴장을 당해 중원에 큰 구멍이 생겼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멘붕(멘탈붕괴)이다. 김동현의 퇴장으로 다다음 경기까지 큰 여파가 올 것 같다. 황지수도 코뼈에 엑스레이를 찍은 상태다.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라고 초조해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포항 관계자는 "황지수가 코뼈 골절로 3~4주간 출전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당장 내달 중순까지 중원을 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 감독은 "중원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라고 대비책을 밝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택지가 한정돼 있다. 박준희와 멀티 자원인 이재원이 그의 파트너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안정감이 떨어진다. 박준희는 올 시즌 포항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본래 포지션은 측면 수비다. 이재원도 기본적으로 멀티 자원이다. 둘은 아직 중원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다. 황지수와 손준호가 없는 상황서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 감독도 제2안을 준비해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전형의 변화이거나 사람의 변화다. 포메이션을 4-4-2로 바꿀 경우 박준희 또는 이재원의 짝으로 문창진을 둘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공격적으론 좋을 수 있지만 수비적으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을 바꿀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센터백 자원을 위로 올리는 방법이다. 포항엔 김광석 김원일 배슬기 김준수 등 수준급 중앙 수비수들이 많다. 가령 배슬기와 김원일에게 뒷마당을 맡기고, 베테랑 김광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릴 수 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도 중앙 수비수인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 재미를 본 적이 있다.
또 하나는 신예의 활용이다. 기존 자원이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새 얼굴을 통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올해 포항에 입단한 신인 이래준이 후보감이다. 아직 프로 데뷔전을 치르진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래준은 190cm의 장신을 앞세운 제공권 장악이 뛰어나다. 스피드와 볼센스도 갖췄다. 포항은 과거에도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 적이 많다.
포항이 5월을 잘 버틴다면 중원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인천에서 이적한 조수철과 오창현이 부상에서 돌아온다. 황지수도 복귀한다. 포항이 죽음의 5월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dolyng@osen.co.kr
[사진] 황지수(위)-김동현이 레드카드를 받는 모습(아래) / 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