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가 공수에서 좋은 장면들을 하나씩 보이며 존재감을 알렸다.
박병호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 팀의 4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내셔널리그 팀 구장에서 벌어지는 인터리그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그는 수비에서 조 마우어 대신 1루를 지켰다.
빅리그 데뷔 후 첫 4번 타순에 들어간 경기에서 박병호는 4타수 1안타로 타격을 마쳤다. 첫 세 타석에서는 상대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공략하지 못했으나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바뀐 투수 맷 벨라일을 상대로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시즌 타율은 2할3푼4리로 소폭 올랐다. 수비에서도 빠른 동작으로 팀을 도왔다. 팀은 연장 16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아 5-6으로 졌다.

그의 수비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4회말 1사 1루 상황이었다. 미네소타 선발 타일러 더피와 맞선 스티븐 드류는 1루수 박병호 옆으로 빠질 수도 있는 날카롭고 빠른 타구를 날렸다. 자칫하면 우전안타, 혹은 적시 2루타까지 될 수 있었다.
빠른 타구였지만 박병호는 몸을 날려 자신의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려던 강한 타구를 잡아냈다. 그리고 민첩한 동작으로 일어나 유격수 에두아르도 에스코바에게 공을 던져 선행주자를 아웃시켰고, 다시 1루로 돌아가 공을 받았다. 1루심은 아웃을 선언해 병살타가 됐다.
그러나 이때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워싱턴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그 결과 심판진은 기존 판정을 번복하고 세이프로 정정했다. 병살타는 없던 일이 됐지만, 선행주자의 득점권 진루를 막은 박병호의 재빠른 수비 동작은 언제든 1루를 지키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미네소타는 실점 없이 4회말을 끝냈다.
8회초에는 1사 1루에 마이클 테일러의 타구를 투수 라이언 프레슬리가 다리로 막아서 굴절시킨 뒤 급히 잡아 1루에 던진 것을 박병호가 잡지 못했지만, 송구가 늦었고 낮았다. 1루수의 실수로 볼 수는 없는 부분. 기록원도 내야안타를 줬다.
메이저리그에 와서는 주로 지명타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박병호는 2011년 넥센 히어로즈로 옮긴 뒤 주전을 꿰찼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풀타임 주전 1루수였다. 오히려 현재 위치인 지명타자보다 익숙한 것이 1루수. 따라서 이날 역시 1루수 미트를 끼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인터리그 원정 경기 선발 출장이 처음인 것이 특이사항일 뿐이었다. KBO리그보다 평균 타구 속도가 빠르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엔 문제가 없었다. /nick@osen.co.kr
[사진] 워싱턴D.C.=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