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8, 워싱턴 내셔널스)에 막혔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멀리 뻗어나가는 타구로 인상을 심었고, 결국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로 출루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양 팀의 경기에서 스트라스버그는 7⅓이닝 7피안타 10탈삼진 4실점했다. 브라이언 도저에게 결승 3점홈런을 맞기 전까지의 피칭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공 하나에 불행해졌을 뿐 내용상으로는 상대 타선을 잘 막았다.
미네소타는 어빈 산타나가 하루 전 갑작스럽게 등이 좋지 않아 타일러 더피로 선발이 변경된 것도 악재였지만, 이외에도 두 가지 고민이 더 있었다. 하나는 타선 침묵이었다. 지난 24일 미네소타 타선은 워싱턴 선발 태너 로어크에게 탈삼진을 15개나 선물한 것을 비롯해 삼진으로만 18개의 아웃카운트를 헌납하며 2안타 무득점 빈공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25일에는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스트라스버그를 만난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이번 시즌 그는 3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25로 좋은 출발을 하고 있었다. 침체된 미네소타 타선으로서는 더욱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스트라스버그는 강력했다. 최고 구속 96마일을 찍은 포심 패스트볼은 지속적으로 94~96마일의 속도를 보이며 타자들을 위협했다. 위력적인 공을 바탕으로 그는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좌, 우타자를 흔들었다.
박병호와의 승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공 2개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스트라스버그는 3구째에 체인지업으로 박병호의 방망이를 이끌어내 삼진으로 1회초를 끝냈다. 그러자 박병호는 카운트가 불리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승부에 임했고, 4회초에는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스트라스버그는 마지막까지 박병호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타석에서도 적극적으로 스윙했다. 초구만 지켜본 뒤 2구째 포심 패스트볼(94마일)을 쳤고, 강한 타구를 보냈다. 하지만 우익수 맷 덴 데커가 자신의 뒤로 날아가던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은 것이 박병호에게는 불운이었다.
6이닝을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막는 동안 투구 수는 76개에 불과했다. 8회까지 책임질 페이스였다. 빠른 볼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구로 빠른 카운트에 승부해 볼넷 없이 공을 아낄 수 있었다. 실제로도 8이닝 소화에 도전했지만, 1사에 나온 대타 조 마우어의 중전안타 후 에두아르도 누네스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가 스트라스버그에게는 불운이었다. 그는 결국 후속타자 도저에게 좌월 3점홈런을 얻어맞고 강판당했다.
점점 타구 질이 좋아지던 박병호도 스트라스버그가 나간 뒤엔 터졌다. 도저의 홈런으로 4-1이 된 뒤 8회초 2사에 타석에 들어선 그는 바뀐 투수 맷 벨라일을 공략해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시즌 타율은 2할3푼4리로 올라갔다. 팀은 연장 16회 접전 끝에 5-6으로 패했다. /nick@osen.co.kr
[사진] 워싱턴D.C.=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