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지킨 히메네스, LG 최초 프랜차이즈 외인 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4.25 05: 51

히메네스, 지난해 "더 강해진 모습 보여주겠다"는 약속 완벽히 실행
한국과 LG에서 생활 만족도 높아...스스로 "2, 3년 더 뛰고 싶다" 밝히기도
지난해 10월 LG 트윈스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28)는 이천에 있었다. 이미 정규시즌이 끝났고, KBO리그 외국인선수 대부분이 고향을 향했지만, 히메네스는 이례적으로 한국에 남았다.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숙박하며 한나한 타격교실에 참가했고, 개인훈련도 소화했다.   

당시 히메네스에게 약 2주 동안 이천에서 훈련한 이유를 묻자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함께 열심히 훈련하고, 함께 발전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한국에 남기로 한 이유다”면서 “한국에서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진했던 시기도 있었다. 몇 가지 고치고 싶었던 부분도 있어서 이천에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히메네스는 2015년 6월 중순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LG는 한나한이 부상악화로 더 이상 그라운드에 오를 수 없게 되자, 곧바로 히메네스를 데려와 한나한의 대체자로 낙점했다. 히메네스 합류로 LG는 무주공산이었던 핫코너를 메웠고, 중심타선도 두터워졌다. 
물론 적응기도 필요했다. LG 합류 후 2주 동안 타율 3할2리 2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7월 한 달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7월 타율이 1할9푼2리에 그쳤고, 14경기 동안 홈런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히메네스는 8월 2일 경기가 끝나고 2군행을 자청, 이천에서 맹훈련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때부터 히메네스는 2016시즌 LG 잔류를 간절하게 원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히메네스는 이천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하며 칼을 갈았다.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가 원 없이 치고 싶다고 하면서 이천으로 내려갔다. 그러더니 이천에서 하루에 1000개씩도 친다고 한다”고 전했다. 
1군 복귀 후 히메네스는 더 강렬해졌다. 2015년 8월 14일 SK전부터 2015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6일 KIA전까지 39경기서 타율 3할8푼1리 7홈런 30타점 OPS 1.014로 대폭발했다. 스윙시 상체 움직임을 줄여 이전보다 안정적인 타격을 했다. 
히메네스는 작년 10월 21일 도미니카로 향하면서 “만일 내년에도 LG에서 뛴다면, 시즌 막바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개인성적에는 큰 관심이 없다. 나 자신만을 위해 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팀을 위해, 팀 승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뛸 것이다. 홈런 몇 개, 타점 몇 개 같은 목표도 전혀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내년에 돌아오면, 올해보다 훨씬 더 강해진 LG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6개월 지났고, 2016시즌도 4주차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히메네스의 다짐은 모두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그야말로 MVP 모드다. 히메네스는 1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3리 9홈런 18타점 OPS 1.199를 찍고 있다. 홈런과 장타율, 그리고 OPS 부문에서 리그 전체 1위다.
지난 24일 고척 넥센전에선 추격에 시동을 거는 솔로포를 터뜨렸고, 다음 타석에서 결승타를 날리며 LG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 후 히메네스는 “팀이 이겨서 매우 기분이 좋다. 연습할 때 컨택 위주의 타격을 한다. 홈런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어 기분은 좋지만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며 6개월 전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를 강조한 것이다. 
KBO리그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8년이다. 어느덧 19년째가 됐지만, LG는 좀처럼 외국인선수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성공사례보다는 실패사례가 많았고, 4년 이상을 함께 한 외국인선수도 없다. 외국인야수로 로베르토 페타지니, 투수로는 레다메스 리즈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페타지니는 2년, 리즈는 3년만 LG 유니폼을 입었다. 
페타지니는 선수로서 황혼기에 LG에 왔다. 타격은 빼어났지만, 수비와 주루가 제한된 상태로 그라운드에 섰다. 애초에 긴 시간을 함께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뛰었던 리즈는 이후 수차례 LG와 재계약 협상을 했지만, 재회가 이뤄지진 않았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고, 올 시즌에 앞서서는 일본 무대를 택했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한국에 오자마자 “가능하다면 LG에서 2, 3년은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서도 “될 수 있으면 한국에 오랫동안 있고 싶다. 한국 야구장과 한국 야구팬들이 정말 좋다. 한국을 더 사랑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양상문 감독도 올 시즌에 앞서 “솔직히 히메네스와는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경기 외적으로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히메네스도 한국을 좋아하는 만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히메네스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LG 또한 히메네스 잔류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서로 원하고 서로 만족하고 있다. 동료들과 융화력도 매우 뛰어나다. 야구 기량만큼이나 한국어 실력도 일취월장, 최근에는 취재진과도 한국어로 대화를 나눈다. 히메네스가 LG 최초의 프랜차이즈 외국인선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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