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현장톡] 워싱턴 역사상 가장 긴 야구, 16이닝 풍경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4.25 15: 00

16이닝-5시간 56분, 프랜차이즈 기록
관중들 위한 이벤트도 두 번씩 반복
 2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벌어진 워싱턴 내셔널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는 연장 16회까지 갔다. 경기는 16회말 크리스 하이지가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워싱턴의 6-5 승리로 끝났다.

무승부가 없는 메이저리그의 전통은 때로 많은 이들의 귀가를 늦춘다. 이날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식 발표된 관중 수는 3만5397명이었으나 연장에 접어들자 남아 있는 팬들보다 빈 좌석 수가 더 많았다. 그나마 낮에 시작한 덕분에 선수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함성소리를 만들어낼 숫자는 남았다.
이닝 수를 보면 한 경기보다는 두 경기에 가까웠다. 경기 지속 시간(5시간 56분)도 그랬다. 홈경기를 진행하는 워싱턴 구단 직원들도 분주했을 것이다. 경기를 비롯해 팬들을 위한 이벤트들도 전부 두 경기 분량이었으니 말이다.
이 경기는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으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이후 한 경기 최다 이닝 타이 기록이자 최장 시간 신기록에 올랐다. 백전노장인 워싱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마저도 경기 후 언론을 통해 “우린 수천경기를 봤지만 야구장에 가면 과거엔 본 적 없는 뭔가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건 나도 본 적이 없다. 미친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베이커 감독이 본 적 없다고 한 것은 16회말 끝내기홈런만은 아닐 것이다. 이날 야구장에서는 여러 진풍경들이 벌어졌다. 7회초가 끝나면 모두 일어나 ‘Take Me Out to the Ball Game’을 부르고, 앉아있기만 하던 몸을 각자 움직여주기도 하는 ‘7회 스트레치’도 두 번 있었다. 전광판에는 평소와 달리 ‘14회 스트레치’라는 문구도 빠지지 않았다.
워싱턴에서만 볼 수 있는 전직 대통령 캐릭터들의 경주, ‘프레지던트 레이스’도 두 번이나 있었다. 4회에 뛴 대통령들은 11회에도 나와서 뛰었고, 두 번의 스트레치에도 등장해 관중들과 함께했다. 이 캐릭터 탈을 쓴 이들은 더블헤더를 치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연장전이 한없이 길어지자 한 관중은 “미네소타의 한 경기 삼진 기록이 몇 개냐?”라고 소리쳤다. 이에 주변에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워싱턴은 미네소타를 상대로 24일 18탈삼진을 누적해 프랜차이즈 이전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하루 만에 20개로 다시 경신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들릴 수 있었던 것도, 워싱턴이 처음으로 한 경기에 20개의 삼진을 만들어낸 것도 늘어난 이닝이 준 선물이었다. /nick@osen.co.kr
[사진] 워싱턴D.C.=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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