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민의 Wizoomin] 무럭무럭 자라는 kt 마운드, 희망이 보인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6.04.26 05: 42

kt 위즈가 시즌 초반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20경기를 치른 가운데, 10승 10패 승률 5할로 공동 4위에 올라있다. kt는 지난 시즌 첫 20경기에서 3승 17패로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10승 고지를 밟는 데 무려 49경기가 걸렸다. 하지만 올 시즌 19경기 만에 10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 주 6연전만 보더라도 kt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4승 12패를 기록했던 두산 베어스, 3승 13패로 열세에 몰렸던 삼성 라이온즈와 연이어 맞붙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고 두산에 2연패를 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kt는 두산과의 시즌 3차전을 승리로 가져갔고 다시 맞붙은 삼성에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더 이상 만만하게 볼 막내 구단이 아니었다.
중심에는 타선의 힘이 있었다. 6연전 동안 kt 타선은 타율 3할1푼1리(4위) 8홈런(2위) 37타점(공동 2위) 등으로 맹공을 펼쳤다. 또한 젊은 선발 투수들의 호투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kt는 지난 6연전에서 주권, 엄상백, 정대현, 정성곤이 선발 등판했다. 요한 피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면서 어린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왔다. 6연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정대현이 유일했지만 4명의 투수 모두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을 만들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주권과 엄상백은 ‘마의 5회’를 넘지 못했다. 주권은 최근 선발 2경기에서 각각 4⅔이닝, 4⅓이닝을 소화했다. 아웃카운트 1개와 2개를 남긴 상황에서 흔들렸고, 끝내 승리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조범현 kt 감독은 “잘 던져줬다. 아직 요령이 부족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상백 역시 선발 3경기서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21일 수원 두산전에서도 4이닝 2실점의 기록. 조 감독은 교체 카드를 최대한 아꼈으나 끝내 투수를 교체했다. 주권과 엄상백 모두 아직 시즌 첫 승을 수확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나아진 구위, 제구로 희망을 남기고 있다.
정대현은 젊은 투수들 중 1군 등판 경험이 가장 많다.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5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요원하던 토종 선발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9일 수원 KIA전에서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는데, 2경기 연속 인상적인 투구를 보였다. 다른 젊은 투수들에 비해 마운드에서의 여유, 완급 조절이 돋보였다.
24일 대구 삼성전에선 좌완 정성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성곤은 삼성 타선을 상대로 5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회에는 2연속 안타로 흔들렸지만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재윤이 위기를 넘겼다. 정성곤도 5이닝을 버텼다. 허용한 안타는 단 4개, 볼넷은 1개뿐이었다. 6일 수원 삼성전에선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고 4이닝 7실점(3자책점)을 한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선발 등판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 턴 휴식을 준 조 감독의 선택도 한몫했다.
조 감독은 젊은 투수들에게 차례로 기회를 주고 있다. 올 시즌 성적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 1명의 혜택이 사라지는 다음 시즌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 1군 경험을 통해 토종 선발 투수를 만들어놔야 하기 때문. 당장 6~7이닝을 소화하길 기대하는 건 아니다. 조금 서툴지라도 점차 선발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젊은 투수들이 점차 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마운드에서도 점차 희망이 보이고 있는 kt다. /kt 담당기자 krsum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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